공유하기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또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사용되어져 틀렸지만 틀렸다고 하지 않는 이상한 경우도 있다. 이미 소개한 바 있는 ‘約定俗成’(약정속성)의 예다(99년 12월13일자). 鴻鵠之志(홍혹지지)를 ‘홍곡지지’라고 한다든지 說得(세득)을 ‘설득’, 覆蓋工事(부개공사)를 ‘복개공사’라고 하는 경우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여러 문장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 ‘表’라는 형식이 있다.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諸葛亮(제갈량)이 魏(위)를 치기에 앞서 무릎을 꿇은 채 後主(후주) 劉禪(유선)에게 올린 出師表가 있고 晉(진)초 李密(이밀)이 武帝(무제)에게 올린 陳情表(진정표)도 있다. 전자가 충정의 상징이라면 후자는 효심의 상징이다.
어느 경우든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인 만큼 최대한 예를 갖추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出師表를 던졌다’고 표현한다. 전제군주시대 때 감히 出師表를 ‘던질’ 위인이 있었겠는가.
요즘 또다시 그런 표현을 듣게 된다.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가 어찌 감히 유권자를 향해 出師表를 던질 수 있다는 말인가. 분명 잘못된 표현임에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約定俗成’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아쉽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