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승패는 내 손에" 골키퍼 전성시대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우리팀 간판 스타는 철벽 수문장.”

올시즌 프로축구 각 팀이 골키퍼의 손에 ‘울고 웃고’ 있다.

12일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의 슈퍼컵 단판 경기가 득점없이 승부차기로 끝난 데 이어 모두 16경기를 치른 대한화재컵 조별리그에서도 5경기가 승부차기 끝에 승패를 갈랐다.

각 팀 공격수는 ‘죽을 맛’이지만 승부차기에서 주인공인 골키퍼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치솟고 있다.

김병지(울산 현대)와 이용발(부천 SK)이 승부차기 키커로까지 나서는 등 톡톡 튀는 플레이로 주가를 높이고 있고 김대환(수원) 김해운(성남) 신의손(안양 LG) 신범철(부산 아이콘스)은 차분한 플레이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시즌 ‘골키퍼 전성시대’를 연 첫 주자는 12일 슈퍼컵에서 성남의 네 번째 키커 김현수의 볼을 걷어낸 수원 김대환. 상무에 입대한 이운재 대신 주전 수문장으로 승격된 그는 29일 사리체프에서 이름을 바꾼 안양 신의손과의 승부차기 맞대결에서도 승리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질세라 지난해 전경기 출장과 승부차기 키커로 명성을 높였던 이용발은 22일 수원과의 승부차기에서 자신이 직접 키커로 나서 하나를 성공시킨 후 상대 간판 키커 고종수 데니스 하리 이병근의 슛을 차례로 막아내 신예 김대환의 콧대를 꺾었다.

‘원조 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의 추격도 매서웠다. 김병지는 올 시즌 첫 출전한 29일 대전전에서 키커로 나서 하나를 성공시키며 선배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들이 ‘동물적인’ 순발력과 튀는 플레이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반면 김해운과 신의손 신범철은 침착한 플레이로 0점대 실점을 기록하며 ‘거미손’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김해운은 3경기에서 단 한 골을 허용해 올 시즌 최대 다크호스로 떠오른 성남 상승세의 숨은 주역이 됐다. 신의손도 불혹의 나이가 무색하게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여 녹슬지 않은 기량을 확인했다.

경기당 평균 2.25골의 ‘골가뭄’ 속에 치러지고 있는 2000 대한화재컵 조별리그. 그나마 골키퍼간의 흥미진진한 맞대결이 축구팬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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