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안치환이 부르는 '김남주의 詩'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1980년대식 서정은 이랬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뭉클함. 그러면서도 도피적인 영탄이 아니라 삶의 의지가 담긴 서정.

‘지는 잎새 쌓이거든 오세요/한아름 소식안고 오세요/열두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김남주의 ‘지는 잎새 쌓이거든’)

안치환(35·사진)이 94년 사망한 김남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음반 ‘안치환 6.5 리멤버’를 냈다. 김남주를 기억하는 386세대에게는 뜨겁도록 반가운 음반이다. 열두곡 중 ‘똥파리와 인간’‘지는 …’‘산국화’는 새로 선보이는 노래이고 ‘자유’‘아이고 I Go!’‘함께 가자 이길을’ 등은 이전 음반에서 발표했던 노래들.

김남주 시인은 80년대 정권의 야만성에 저항했던 ‘시인 전사’. 79년말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사건으로 투옥됐다 88년 석방됐으며 감옥에서도 저항시를 발표했었다.

안치환은 음반의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어두운 시대 불꽃처럼 살다 가신 김남주 시인께, 음악적 영감과 노래의 바른 길을 깨우쳐주신 그분께, 어른의 눈빛이 그렇게 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신 그 분께 이 음반을 바칩니다.”

황금 빛으로 눈부시게 화려한 디지털 신세기초. 이런 음반을 낸 이유가 뭘까.

안치환의 대답.

“그의 시는 결코 낡은 게 아니다. 그 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고전’이지 않을까.”

이번 음반은 안치환에게는 15년간 불러온 자기 노래의 내용을 정리했다는 의미가 크다. 뒤돌아보면 그가 정작 노래에 담고자 했던 게 바로 김남주 시인의 시였다는 것. 강철 같은 투지를 지닌 전사로,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감성의 가느다란 실을 끄집어내는 섬세한 손을 가진 시인으로 안치환은 김남주를 기억한다.

“김 시인의 시는 힘과 섬세함이 함께 가득합니다. 곡을 쓰는 가수의 입장에서 그보다 풍부한 노래의 소스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안치환은 4월4∼9일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이번 새음반 출시를 기념하는 라이브 무대를 연다. 4, 6, 7일 7시반. 5, 8일 4시,7시반. 9일 4시. 3만, 2만5000원. 02-3272-2334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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