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코트의 반칙왕' 로렌조 홀 "우연이라기엔…"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걸어다니는 폭탄’ 로렌조 홀(27·현대 걸리버스) 때문에 올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아수라장’이 될 조짐마저 보인다.

홀은 28일 청주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3쿼터 3분경 SK 나이츠의 ‘골리앗’ 서장훈의 양발 사이에 교묘하게 발을 디밀었다. 넘어진 서장훈은 왼발을 접질러 벤치로 돌아갔고 팽팽하던 경기는 이때부터 현대의 일방적인 리드로 기울었다. 이 반칙은 백코트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올 시즌 홀에게 부상을 당한 경우만 해도 이은호(신세기 빅스)를 시작으로 전희철 이인규 김상우(이상 동양 오리온스) 서장훈까지 5명.

2m3, 127㎏의 거한이 팔꿈치 가격과 발걸기를 즐기니 상대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수밖에 없다.

홀에게 당한 첫 ‘희생자’ 이은호는 지난해 10월 14일 투어챔피언십에서 홀에게 깔리는 바람에 오른쪽 발목을 다쳐 시즌 내내 제몫을 못했다.

루키 김상우도 역시 홀에게 깔려 왼팔이 골절되면서 신경까지 다쳤다. 손가락을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농구공을 잡는 대신 수영을 통해 재활에 열중하고 있지만 촉망받던 포인트가드인 그가 다시 선수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홀은 “결코 고의가 아니고 우연의 일치”라고 억울해 한다. 팀에서도 “홀은 어린이 암환자병동을 찾을 만큼 심성이 곱다”고 말한다.

그러나 홀의 무시무시한 팔꿈치에 얻어맞아 이마를 40바늘이나 꿰맨 전희철, 코뼈가 흔들릴 정도로 얻어맞아 피를 쏟아낸 이인규. 농구인들은 이들의 예를 들며 그의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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