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치명적 선택' 파렴치한역 최준용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어휴, 진짜 죽을 뻔했네.”

연극 ‘치명적 선택’(극단 신화)에서 파렴치한 악역으로 등장하는 최준용(35). 26일 저녁 공연을 마친 후 분장실에서 만난 그는 상대역 여배우(박인서)가 목에 묶인 로프를 심하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실제로 목이 졸려 숨을 헐떡이면서 ‘리얼하게’ 연기를 마쳤다.

성범죄를 다룬 심리극 ‘치명적 선택’은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가 빛을 발하는 연극. 성범죄를 경찰에 신고해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보복의 위협만 더해지는 현실에서 여자들이 강간범을 직접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연극의 시작 부분 10여분을 제외하고 그는 나머지 한시간여 동안 사슬에 묶인 채 좁은 벽난로안에 갇혀 처절한 연기를 펼친다. 쇠꼬챙이로 찔리고, 살충제와 물 세례를 받고, 망치로 두들겨 맞느라 한달여의 공연을 진행하는 동안 그의 몸은 온통 멍 투성이다.

“개성강한 악역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죽이고 싶도록 가증스러운 배역은 배우라면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입니다.”

그는 1990년 극단 신화의 창단멤버. 그동안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등에 출연해왔다. 또한 SBS 탤런트로 최근 드라마 ‘퀸’에 출연하는 등 연극과 방송을 넘나들고 있다.

“여성관객들에게 특히 미움을 받는 역입니다. 만약 제 여자친구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절대 참지 않았을거예요. 파렴치한 범죄가 없애기 위해서라도, 악역을 더욱 리얼하게 연기해야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 아닐까요?”

4월30일까지 서울 동숭동 인간소극장. 화수목 7시반, 금토일 4시반 7시반. 1만5000원. 02-923-2131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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