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용병거포들 "이제는 안진다"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1분


이승엽의 ‘홈런왕 2연패’에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거구의 외국인 선수들이다.

프로야구 용병수입 원년인 98년 두산의 ‘흑곰’ 타이론 우즈가 한화 장종훈의 7년 묵은 홈런기록을 갈아치우며 ‘코리안 드림’의 신조어를 탄생시켰지만 지난해 이승엽의 ‘광풍’에 휘말려 도전자의 입장으로 되돌아간 이들은 올해를 명예회복의 해로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아무리 천하의 이승엽이라도 이들 외국인 선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덩치만 놓고 보면 올해 홈런왕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킬 정도.

이승엽이 1m83, 85㎏의 ‘아담한’ 체격인 반면 용병선수들은 삼성 훌리오 프랑코(1m82, 85㎏)를 제외하곤 대부분 100kg을 넘나드는 거구들. 특히 홈런왕 출사표를 던진 4명의 대표 용병은 홈런왕이 될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저마다 들고 나와 이승엽을 긴장시킨다.

우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하는 불리함을 딛고 98년 42홈런 신기록, 지난해 34홈런을 터뜨린 여세를 몰아 홈런왕 복귀를 선언했다. 한국생활 3년째의 ‘한국형 용병’이라는 게 최대 강점.

올해 국내무대에 데뷔하는 프랑코는 메이저리그 16년 통산 타율 0.301, 141홈런, 981타점을 올린 슈퍼스타 출신. 39세의 노장이지만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인 91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0.341), 90년에는 올스타전 MVP에 오른 관록으로 홈런왕 경쟁에 가세했다.

역시 삼성의 찰스 스미스는 지난해 시즌 초 한달여간의 부진에도 40홈런을 몰아친 파워배터. 올해는 3번 이승엽, 4번 프랑코에 이어 비교적 부담이 적은 5번 타순으로 내려가 오히려 방망이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한화의 다니엘 로마이어는 지난해 용병 선수 중 홈런 1위(45개)에 오르며 팀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긴 일등 공신. 용병 홈런왕 2연패를 노리다 보면 이승엽과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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