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재일교포 출신 박강조 "태극마크 보인다"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1분


날카로운 전진 패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간 활용,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근성….

12일 슈퍼컵을 시작으로 개막한 올 시즌 한국프로축구 그라운드에 박강조(20·성남 일화) ‘열풍’이 불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 새내기 박강조는 일본프로축구로 건너간 윤정환(전 부천 SK), 올림픽대표팀 고종수(수원 삼성) 등 기존 한국축구 간판 플레이메이커와는 다른 색깔로 축구팬을 유혹하고 있다.

차경복 성남 감독은 “윤정환과 고종수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기운용 능력이 뛰어난 반면 박강조는 패스가 치밀하고 정확해 관중이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장면을 많이 연출한다”고 말했다.

26일 대한화재컵 부산과의 홈경기에 유례 없이 시즌 최다관중인 2만5865명이 입장한 것도 박강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미드필드 플레이의 매력 때문이라는 것.

다소 직선적인 성격의 박강조는 이에 대해 “흔히 고종수와 나를 많이 비교하는데 우리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축구를 하고 있다”며 “고종수가 팀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반면 나는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강조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12일 수원과의 슈퍼컵대회 때는 아직 무명이라 상대의 마크가 덜했지만 26일 부산전부터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하면서 1m65, 56kg의 왜소한 체격이 핸디캡으로 다가선 것.

박강조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한 템포 빠른 패스로 상대의 집중마크를 따돌리면서 부지런한 플레이로 빈 공간을 확보하겠다. 29일 홈에서 열리는 전남과의 경기를 지켜봐 달라”고 주문한다.

최근 올림픽대표팀 물망에도 오르고 있는 그는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다. 올림픽팀에 일단 차출된다면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교토 퍼플상가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 때문에 2년간 단 한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던 박강조. 이제 그의 축구인생이 조국의 품에서 활짝 꽃피울지 기대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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