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해결사' 조성원 "MVP 한번 더"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1분


‘넣자니 수비가 불안하고 빼자니 공격이 불안하고….’

SK 나이츠와 챔피언결정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 걸리버스 신선우감독의 혼자말이다.

그의 고민은 다름 아닌 조성원.

1m80의 단신이라 ‘장신 군단’ SK와 맞서면 조성원은 항상 ‘빈 공간’이 돼 상대가 조성원 머리 위로 마음대로 슛을 날린다.

게다가 SBS 스타즈와의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한때 전신 마비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목부상까지 당해 제 컨디션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답게 조성원은 역시 ‘플레이오프의 사나이’.

SBS와의 3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천금같은 가로채기로 챔피언전 직행 티켓을 안겨준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진가를 마음껏 발휘했다.

1패의 부담을 안고 코트에 나선 26일 챔피언결정 2차전. 조성원은 경기 종료 11.8초를 남기고 상대팀 조상현이 황성인에게 패스하던 아웃오브바운드 공을 길목에서 날쌔게 가로채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두 차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조성원은 가로채기 5개로 SK 재키 존스(8개), 동료 로렌조 홀(6개)에 이어 3위로 기록상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2차전의 이 가로채기 하나로 자칫 꺼질 수도 있었던 챔피언의 꿈을 다시 폈다.

신선우감독의 고민이 바로 이 대목. 수비를 생각하면 조성원은 정말 부담스럽다. 하지만 큰맘 먹고 그를 투입하면 반드시 ‘해결사’역할을 해낸다.

신감독은 1차전에서 조성원을 전례없이 34분여 동안 투입했다. 조성원은 18득점을 올려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지만 실점도 많이 허용해 승리를 잃었다.

2차전에서 조성원이 뛴 시간은 불과 22분50초. 항상 조성원 기용에 찜찜한 마음이 있던 신감독이 그를 식스맨으로 돌리는 모험을 감행한 것.

매 쿼터 막판에 틈틈이 코트에 나선 조성원은 3점슛 5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키는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마지막 천금의 가로채기를 낚아채며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현대가 처음으로 챔피언에 등극한 97∼98년에도 현대는 조성원을 기용하지 않다가 기아 엔터프라이즈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내리 2연패를 당했다. 조성원을 전격 출전시킨 3차전에서 그의 3점슛으로 대승.

SK가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를 서장훈에게 물어봐야 하듯 현대의 승패는 조성원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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