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기관 "코스닥 싫다 싫어"…2월이후 큰폭 손실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코스닥시장을 전문가들은 ‘개미들이 만들어서’‘개미들이 이끌어가는’ 시장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기관이나 외국인이 코스닥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뜻. 실제로 기관과 외국인이 코스닥 종목들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1월말부터 현재까지 양 투자주체는 은 큰 폭의 손실을 입고 있다.

▽개미보다 못한 기관, 외국인〓코스닥증권시장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을 놓고 분석한 결과, 외국인은 1조8650여억원을 투자한 뒤 상당수 주식을 평균매수단가보다 낮은 단가에 매도, 210여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유중인 주식에서도 2870여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중. 이에 따라 순매수규모 대비 25.3%의 손실을 입고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관도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에 3조2740여억원을 투자, 50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보유중인 주식에서도 1290여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순매수규모 대비 총투자손익은 -23.5%.

▽늦게 대형주에 뛰어든게 패인〓전문가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깨진’ 원인에 대해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점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들은 지난해까지 코스닥종목을 쳐다보지도 않다가 1월말부터 편입하기 시작해 5∼10%까지 비중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현대증권 한동욱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경우 아시아의 인터넷 산업에 대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올초부터 코스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형주 위주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어 최근 중소형 개별종목 장세에서 큰 손해를 입은 것도 한 원인. 마이다스에셋 박광수이사는 “코스닥 종목에 대해 충분히 연구를 못했기 때문에 유동성이 좋은 대형주에 편중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유동성이 나쁜 종목을 골랐다가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외국인과 기관은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

▽향후 전망〓투신권의 환매와 막대한 유무상증자 물량의 투입으로 코스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개인들이 코스닥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에 무조건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차장은 “수급상황이 개선되려면 양 주체가 활발하게 움직여줘야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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