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어, 보험아줌마가 뮤추얼펀드도 파네"

  • 입력 2000년 3월 21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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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아줌마가 은행상품과 뮤추얼펀드까지 판다.’

세계적 보험전문그룹인 알리안츠가 내건 방카슈랑스(은행+보험)의 개념은 국내 업계가 생각해온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에도 방카슈랑스 바람이 불면서 은행과 보험의 업무제휴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형식적 제휴에 그치는 실정.

제일생명 지분 100%와 하나은행 지분 12.5%를 인수한 알리안츠는 연말까지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새로운 개념의 방카슈랑스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국내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이체-드레스트너 합병 모형〓알리안츠는 도이체방크(5%)와 드레스트너방크(21.5%)의 대주주로 두 은행 합병의 숨은 주역. 향후 은행 지분을 팔고 도이체방크의 소매금융 부문인 ‘방크 24’를 인수해 방크 24의 기존고객 1000만명에게 보험상품을 판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알리안츠그룹의 슐테 노엘레 회장은 “80년대 독일에서 은행과 보험의 상품을 결합한 방카슈랑스를 시도했지만 3년 후 실패로 끝났다”며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상품을 한곳에서 팔아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은행 탄생의 이면에는 이같은 알리안츠의 방카슈랑스 전략이 숨어있었던 것.

▽자산운용 시장에 진출〓하나은행과 알리안츠는 연내 각각 50%의 지분을 갖는 ‘하나-알리안츠자산운용사(가칭)’를 자본금 400억원 규모로 설립할 예정. 이 회사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뮤추얼펀드를 판매할 계획이어서 국내 자산운용시장에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알리안츠는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핌코(PIMCO)를 인수해 6470억달러를 운용하면서 지난해 운용수익률 28%를 기록했다.

알리안츠는 외국에서의 자산운용 노하우를 토대로 뮤추얼펀드뿐만 아니라 제일생명 자산도 함께 운용할 예정이어서 확실한 기관투자가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방카슈랑스의 새 장을 연다〓슐테 회장은 “방카슈랑스의 기본개념은 은행 보험 뮤추얼펀드 등 모든 금융상품을 한곳에서 파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하엘 디크만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이사는 관련법 개정을 전제로 “제일생명과 프랑스생명의 보험모집인이 하나-알리안츠자산운용사의 뮤추얼펀드를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모집인이 단순히 보험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은행상품과 뮤추얼펀드를 함께 판다는 개념은 국내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

이를 위해 알리안츠는 제일생명의 보험모집인을 재무설계사(Financial Planner)로 전환시키는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보험모집인은 대부분 가정주부로 한계가 있어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뮌헨〓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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