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21세기 비전]한신교회 '별세 신학'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국 기독교 장로회 한신교회는 ‘죽음’을 강조한다. 담임 이중표(기장 총회장)목사는 ‘죽어야 산다’는 자신의 신조를 새 시대 교회와 사회에 대한 비전으로 제시한다.

▼과거로부터의 결연한 단절▼

기존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잘못된 관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죽음. 이 때의 죽음은 물리적 죽음이 아니다. 과거로부터의 결연한 단절을 상징하는 정신적 죽음을 일컫는다. 죽음이 죽음으로 머물러 있으면 발전이 없다. 죽어서 더욱 발전한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것, 이 것이야말로 부활이라고 이목사는 강조한다.

이목사는 이같은 자신의 생각을 ‘별세(別世)’신학이라고 명명했다. ‘별세’란 죽음을 가리키는 말임과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체계화해 ‘별세신학’이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자기갱신 없인 발전도 없어▼

“예수께서 돌아가시고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자하셨듯이 우리는 모든 면에서 죽어서 거듭나야합니다. 이것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갖는 의미를 오늘날 우리 생활속에서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교회가 발전하기위해서는 먼저 목사가 죽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목사가 거듭된 자기 갱신을 이룰 때 교회 발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교회와 신도들 사이에는 자신의 복을 기원하는 것이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어있습니다. 또 예수 믿다 천당가자고 말하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예수 따로 나 따로 식의 태도도 있었습니다. 믿음과 실천을 따로 따로 행한 결과 종교인들이 윤리적 도덕적으로 타락하게 된 것입니다.”

이같은 별세신학을 기초로한 ‘거듭나기’가 한신교회의 목회방침이다. 한신교회 신도들은 자기 갱신을 위해 ‘제자훈련’과 ‘성도훈련’을 받는다. 각각 1년 과정. ‘제자훈련’에서는 기독교교리를 배운다. ‘성도훈련’에서는 인격변화, 성품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님앞에 겸손하고 마음의 안정을 통해 행복과 창의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적극적 선교 50개교회 개척▼

한신교회 정면벽에는 커다란 글씨로 ‘한국민족을 신자화하자’는 글귀가 써 있다. 이 말을 줄인 것이 교회명칭인 ‘한신’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 100개의 교회를 개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50개의 교회를 개척했다는 것이 이목사의 설명이다. 이목사는 4월23일 평양 봉수교회 등에서 열리는 남북한 부활절공동예배 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한신교회의 대외활동 중 핵심은 ‘목회자 세미나’이다. 이는 ‘목회자가 죽고 거듭나기위한’ 행사이다. 1987년부터 매년 6월 첫째 주에 2000여명씩, 2만여명의 목회자가 참가했다. 다양한 설교와 세미나를 통해 자기갱신을 시도한다.

한신교회는 1977년 서울 아파트촌의 한 어린이놀이터에서 창립기도회를 열고 출발했다. 예배당도 없이 가정을 돌며 예배를 올렸으나 현재 등록교인 수 3500여명으로 기독교 장로회내에서 손꼽히는 큰 교회가 됐다. 무엇이 한신교회 성장의 원동력일까. 이목사는 사무실에서 신을 벗고 있었다.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이목사는 이같은 성경구절을 인용했다. 언제 어디서나 거룩하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할 것. 이같은 마음을 지키기위해 자신의 욕심을 죽이고 나쁜 버릇을 죽일 것. 비단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이같은 점을 지켜나가는 것이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이목사는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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