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대만 증시폭락 한국엔 好材?…반사이익 있을듯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지난 주말의 대만 총통선거 여파로 20일 중화경제권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반 베이징-친 대만독립파’의 민주진보당 천수이볜 후보가 당선되자 대만 중국간 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우려,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만의 종합주가지수인 가권지수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300포인트(3%) 가까운 폭락세를 보였으며 홍콩과 싱가포르 증시도 약세를 면치못했다. 그런 가운데 대만 주가폭락은 단기적으로 한국증시에 반사적인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권교체 여파 긴장고조▼

▽유사한 증시구조〓한국과 대만은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닮은 꼴’이다.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투자할만한 기술관련 첨단주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두 나라를 꼽고 있을 정도.

실제로 두 나라는 작년 하반기 이후 정보통신 등 첨단주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도 큰폭 상승했다. 또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국제시세에 따라 무역수지 규모가 달라지는 수출주도형 국가체제인 점도 비슷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 기미▼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대만이 50년만의 정권교체로 양안간 긴장상태가 고조되면서 외국인자금의 대만증시 이탈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투자대상국을 선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컨트리 리스크이며 대만의 경우 총통 선거이후 체제적인 투자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대만증시에선 대만의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는 대만반도체가 3% 이상 급락하면서 전체 증시의 폭락세를 주도했다. 이에 반해 한국증시에선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주식이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약세장에서도 강한 상승세를 타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반도체 국제시세가 바닥권을 찍고 상승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주력 반도체업체 주가가 빠진 것은 외국인들의 ‘팔자’주문이 영향을 미쳤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대만의 컨트리리스크를 우려한 외국인들이 대만 투자자금을 빼내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날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 주식이 강세를 보인데는 대만의 주가폭락도 반사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등 단기 호재 될듯▼

▽중장기적으론 ‘글쎄요’〓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작년 대만지진으로 국내의 반도체 전자부품 전기전자 화학 관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처럼 이번에도 일부 업종들이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내달 총선을 앞두고 증시불안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

신한증권 박연구원은 “선거후유증으로 대만증시가 중병에 든 것처럼 내달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선거 이후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컨트리 리스크 때문에 한국으로 잠시 ‘피난’한 외국인 자금이라면 거꾸로 4월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한국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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