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대학생 12명 간담회]"지방大출신 취업차별"

  • 입력 2000년 3월 14일 23시 18분


“토플 630점, 토익 940점을 받고 교육부 영어경시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이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기업체의 서류전형에도 통과하지 못했다.”

“대학에 인성 교육이 없다.”

문용린(文龍鱗)교육부 장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부 회의실로 전국 12개 대학의 학생 12명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문장관은 1월14일 취임 이후 교수 교사 등 교육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대학 교육의 한 축인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없자 이 모임을 만든 것.

첫 발언에 나선 동아대 영문과 4학년 정호섭씨(25)는 “대학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시장논리를 도입할 수밖에 없지만 학생들이 고시 아니면 영어 공부만을 하고 인문학이 도태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대 문예창작과 4년 안성아씨(22·여)는 “대학에도 대감마님(수도권대)-상민(지방대)-백정(산업대)이 있다”면서 “지난해 우리 학교에서 11명의 신춘문예 당선자를 냈지만 산업대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어 “학생들이 모여앉아 취직 걱정을 하며 지방대, 특히 산업대생은 취직하기 힘들다며 울음을 터뜨린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고려대 경영과 4년 김유광씨(23)는 “교육 재정을 확충해 대학생들이 안심하고 꿈을 펼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고 한동대 경영경제과 4년 이충실씨(25)는 “산업체에서 실질적으로 일할 학생을 키우는 데 돈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교대 3학년 김수연씨(21·여)는 “전직 교육부 장관을 욕하며 시위를 한 적이 있는데 올해도 그런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교육부가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펴고 초등 교사를 덧셈 뺄셈이나 가르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결혼한 박사과정 학생들은 공부와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학비지원이나 탁아소설치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밖에 △두뇌한국(BK) 21사업의 편중 지원 △교수 교직원 학생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문장관은 “순수하고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간담회를 마무리지었다.

<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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