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예의바른 교통경찰 되겠습니다"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날씨가 추운데 수고들 해. 방한모와 귀덮개 챙겼는지 확인하고….”

꽃샘 추위로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간 6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지도계장 김성주(金性周)경위는 야간 근무를 위해 강남구 선릉로 강남교통센터에 모인 직원들을 격려했다.

직원들은 의경들과 함께 교통센터 문을 나서며 교통경찰관이 지켜야 할 신조를 다시 한번 머리 속에 담았다. ‘외모는 단정하게, 대화는 친절하게, 자세는 공손하게, 단속은 엄정하게, 처리는 신속하게.’

최병수(崔炳秀·30)순경은 1-5호 순찰차에 올라 선릉로에서 봉은사로를 따라 제일생명 사거리를 거쳐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쪽으로 향했다. 강남역 사거리는 퇴근 시간대인 오후 6∼8시가 지나면 교통량이 조금씩 줄다가 오후 11시가 지나면서부터 다시 혼잡해지는 곳.

승객을 태우려고 정류장 주변의 2, 3개 차로를 막은 채 뒤엉킨 버스와 택시들을 정리하거나 술에 취해 차량 사이로 뛰어드는 시민들을 인도로 데려다 놓느라 최순경 등은 분주히 움직였다.

최순경은 무질서한 밤거리를 지켜보다 잠시 숨을 돌리며 기자에게 지난해 10월 강남역 사거리에서 발생했던 교통사고에 대해 얘기했다.

오토바이가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하다 버스와 부딪쳐 오토바이 운전자가 현장에서 숨졌다는 것.

차량 흐름을 물 흐르듯 조절하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단속활동을 펴는 도중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고가 나 운전자나 보행자가 숨지면 맥이 탁 풀린다고 최순경은 말했다.

높아진 시민의식 때문에 곤란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순경은 “순찰중 신호를 무시하거나 갑자기 불법 U턴을 해야 할 정도로 급할 때가 있지만 우리 편한대로 차를 몰면 주위 운전자들이 당장 경적을 울리고 손가락질 하는 등 항의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교통경찰은 1300여명. 의경 270여명이 업무를 지원한다. 이들은 추울 때나 더울 때나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 특히 정체가 심한 지역일수록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 심하면 피부 알레르기로 고생하기도 한다.

오전 9시부터 24시간 일하고 하루 쉬는 2부제 근무가 지난해 1월부터 오전 9시∼오후 9시, 오후 9시∼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하고 하루 쉬는 3부제로 바뀐 게 그나마 다행이다.

많은 시민이 실적을 채우려고 마구잡이식 단속이나 함정 단속을 벌이는 교통경찰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경찰은 잘 알고 있다.

경찰청은 이런 인식이 경찰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며 최근 경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공감받는 교통단속을 실시토록 강력히 지시했다.

예의바른 언행과 정중한 자세로 운전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건수 위주의 할당식 단속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요점이다. 이에 따라 ‘고지식한’ 단속으로 시민과 자주 마찰을 빚던 의경은 반드시 교통경찰관과 함께 근무하고 또 단속 스티커를 발부하지 못하게 됐다.

김계장은 “과잉단속 함정단속 금품수수 등으로 교통경찰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은 걸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성실히 근무한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대한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자문위원단(가나다순)〓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과학연구원 부원장) 지광식(건설교통부 수송심의관)

▽특별취재팀〓이진녕(지방자치부 차장·팀장) 송상근(사회부) 구자룡(국제부) 서정보(지방자치부) 이호갑(생활부) 전승훈(문화부) 이헌진(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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