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슈퍼컵]수원 승부차기로 새천년 첫 포효

  • 입력 2000년 3월 12일 23시 42분


성남 일화의 승부차기 네 번째 키커 김현수의 오른발 강슛이 수원 삼성 골키퍼 김대환의 손에 걸리는 순간 수원 서포터즈의 함성이 일제히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이어 수원의 네 번째 키커 황선홍과 성남의 다섯 번째 키커 박강조가 가볍게 상대 골네트를 갈랐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수원 하리의 땅볼 슛이 다이빙한 성남 골키퍼 권찬수의 손에 걸리는 순간 관중석이 일순 쥐죽은 듯 고요해졌으나 볼은 권찬수의 손을 벗어나 골문 안으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갔다.

1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0티켓링크 슈퍼컵 축구대회. 1만4000여 축구팬이 스탠드를 메운 가운데 새천년 프로축구 개막을 알린 이날 대회에서 홈팀 수원 삼성이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서 성남 일화를 5-4로 꺾고 시즌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수원은 이로써 지난해에 이어 슈퍼컵 대회를 2연패했고 지난해 수원에 승부차기 끝에 두 번이나 졌던 성남은 이어진 징크스에 눈물을 흩뿌렸다.

이날 양 팀은 비록 새천년 첫골의 주인공 탄생을 뒤로 미룬 채 승부차기 끝에 경기를 마무리지었지만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치밀한 패스와 숨막히는 속도축구로 축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특히 천재 플레이메이커 고종수(22·수원)와 박강조(20·성남)가 양 팀 중원 사령탑으로 나선 이날 경기는 한차원 높아진 한국 프로축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전반은 일본프로축구 교토 퍼플상가에서 조국품으로 돌아온 재일교포 박강조가 버틴 성남의 리드.

성남은 전반 9분 수원 고종수의 기습 중거리슛에 주도권을 내주는 듯 했으나 이후 박강조의 날카로운 스루패스에 힘입어 수원 문전을 시종 괴롭혔다.

29분에는 이상윤이, 33분에는 박남열이 나란히 박강조의 전진 패스를 결정적인 슈팅으로 연결하며 수원 골키퍼 김대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수원은 고종수의 경기조율과 함께 오른쪽 날개 이병근 장지현의 오버래핑, 데니스의 단독 돌파가 위력을 발휘했으나 성남 수비수 우성문과 김현수의 노련한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수원은 후반 황선홍과 강대희를 교체 투입, 공격을 강화하며 반전의 기회를 늘렸다.

그러나 박강조의 경기 조율에 힘입어 95년 정규리그 3연패의 주역이었던 이상윤과 박남열의 플레이가 매서움을 더한 성남의 골문을 열기엔 수원으로선 역부족이었다.

양 팀은 연장 들어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으나 득점 없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편 이날 첫선을 보인 성남의 박강조는 상대팀인 수원의 김호감독조차 “정말 괜찮은 선수다. 그가 가세한 덕에 올 시즌 성남이 무서운 적수로 떠올랐다”고 평할 정도로 한국프로무대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박강조는 1m65, 57㎏의 단신이지만 이날 전후좌우를 헤집는 폭넓은 플레이와 컴퓨터 같은 패스로 관중의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전적

수 원 0-0 성 남 <승부차기 5-4>

<수원〓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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