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족 끌어안기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한국인과 중국 조선족 사이의 집단적 불신 분위기가 우려할 만한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월 의식과 과분한 행동, 이에 따른 조선족들의 모멸감, 그리고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건과 범죄, 한국에 체류중인 조선족들의 처우불만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한국인 납치 테러 사건들은 대부분 이같은 불신 분위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과 조선족간의 갈등과 불신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그들에게 동포애적 차원의 ‘호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조선족의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국내에 체류중인 그들의 불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 하나하나는 중국의 조선족 사회에 얘깃거리가 될 것이며 그것은 결국 한국인과 조선족의 상호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외교통상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체류 조선족은 6만7000여명이고 이 가운데 4만2000여명이 불법체류자다. 이들 불법체류자는 대부분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임금도 못 받고 추방당하는 경우가 허다한 모양이다. 정부는 불법체류 자진신고 기간을 설정, 신고자에게는 합법적인 출국과 재입국을 보장하고 산재보상의 편의도 봐주는 등 특별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처지가 오죽 딱했으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60개 사회단체가 국내 조선족의 처우개선과 불법체류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을까.

조선족은 재외동포의 국내체류 제한을 사실상 없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정부측 설명으로는 우선 중국정부가 조선족에 대한 그런 지위부여를 반대했고 또 현실적으로도 조선족이 무한정 들어와 국내에 체류할 경우 우리의 취업문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확대되고 있는 한국인과 조선족간의 갈등, 불신을 감안하면 이 기회에 조선족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단 국내 조선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다. 우리도 이제는 일부 부도덕한 기업이 외국인 노동력을 ‘착취’하고 ‘학대’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얼마 전 네팔에서는 한국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손발을 잃은 근로자의 사진을 담은 컬러 달력까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외국인 불법체류 근로자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나라의 체면을 세우는 길인지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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