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投信社 "특검 신물나요"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특검 소리만 들어도 신물이 납니다.”

3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한국투신 대한투신 직원들은 요즘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부터 모두 4차례의 특검을 받았다. 대우채 부실문제로 투신사 구조조정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자 금감원 정기검사뿐만 아니라 특별검사도 ‘세게’ 받았다.

모 부장은 “밤늦게까지 검사장에 불려다니는 등 검사에 지쳐 직원들이 정상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검사문서만 트럭 몇대 분이 될 지경이라는 게 투신사 직원들의 불평.

실제로 일부 직원은 ‘검사에 지쳤다’며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e*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한투 대투에서 9명의 지점장급 직원들을 스카우트했다. 연봉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인센티브로 1억원당 50만원까지 제시하자 속속 미래에셋으로 떠난다는 게 회사측 설명. 제일제당그룹의 제일투신증권도 한투 대투 영업직원들에게 손길을 뻗치고 있다. 한투는 최근 직원들을 데려간 제일투신증권에 경고장까지 발송했을 정도.

한투 대투하면 그래도 국내에서는 주식을 가장 많이 굴리는 곳. 증권사 법인부 직원들은 한투 대투의 주식운용본부를 아직도 많이 기웃거린다. 최근 들어서는 양 투신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구겨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운용을 외부에 아웃소싱하면서 한투와 대투 현대투신이 모두 대상에서 빠지는 ‘왕따’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투신사가 스스로 살아갈 기반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의문이다. “펀드클린화를 마무리하고 운용부문과 판매업무를 분사하는 등 비전을 갖고 새출발을 해야 할 판에 투신사 직원들이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어 경영정상화가 요원하다”는 투신사 한 임원의 불평섞인 지적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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