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미니-이색동호회' 급증/"나 홀로면 어때"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인터넷을 통한 동호회 결성이 붐을 이루고 있다. 최근의 특징은 전체 회원이 50명 안팎에 불과한 ‘미니 동호회’의 급증 현상. 개중엔 동호회 개설자가 유일한 회원인 ‘나홀로 동호회’도 상당수다. 회원이 많을수록 ‘대접’을 받던 인터넷 동호회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

▼10명미만 10만여개▼

현재 인터넷상의 동호회는 어림잡아 20여만개. 이 중 회원수 10명 미만의 ‘초미니 동호회’가 10여만개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하루 동안 새로 만들어지는 동호회 역시 과거 200∼300개에서 최근 2000∼3000개로 10배 정도 증가했다.

▽왜 미니 동호회인가〓‘미니 동호회’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른 ‘그 무엇’을 추구하는 젊은 네티즌의 성향에 딱 들어맞는 것.

▼몸집부풀리기 과정 갈등▼

기존 PC동호회의 ‘대형화’도 미니동호회 열풍의 한 원인.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호회’라 하면 회원이 수천명은 돼야 ‘번듯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실제 PC통신 최대 동호회인 하이텔의 OS 컴퓨터동호회의 경우 회원이 5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상당수의 동호회가 몸집이 커지는 과정에서 정체성 논란과 함께 운영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져 회원들이 이탈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동호회(community)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도 ‘미니 동호회’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동호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업체는 어림잡아 100여개. 소위 ‘메이저업체’만 해도 ‘프리챌(freechal.com)’을 비롯해 ‘웹피(weppy.com)’‘세이클럽(sayclub.com)’‘DVVD(dvvd.com)’‘놀자(nolja.net)’ 등 6, 7개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1명이 동호회를 만들고 회원들이 추가로 가입하는 형태인데다 가입비와 별도의 허가 없이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동호회 개설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색동호회 만발〓서울 삼성동 운전면허시험장 주변에서 헌혈을 권유하는 아줌마를 힘들게 뿌리쳤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의 미니동호회 ‘애드모’는 ‘양반’축에 낀다.

전생에 궁궐에 살았던 기억이 나는 이들의 모임 ‘전기모’와 ‘폴란드에서 20대를 보낸 이들의 모임’, 누드를 예찬하는 ‘누디스트’와 서울 삼성동에서 시간 때우기 모임 ‘삼시때’(이상 5명 정도 가입) 등은 톡톡 튀는 맛이 있다.

▼'애드모' '누디스트'등 눈길▼

기성 가치관을 냉소하는 모임도 많다. ‘폭탄과 함께 춤을’은 춤추고 싶은데 부끄러운 사람들의 당당한 모임. 얼굴이 동글동글한 사람들이 모여 수다떠는 ‘달공주들은 모여라’와 제일 못생긴 사람이 찻값을 치르는 차마시기 번개모임 ‘제안사차’는 생김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허를 찌른다. ‘신용불량자들의 모임’은 ‘금융전과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었으며 ‘치즈케익’은 ‘특정한 모임으로 규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임 아닌 모임이다.

LG인터넷 서비스기획팀 박정용대리는 “기존 동호회가 비대해지면서 주류집단에서 소외된 네티즌들이 미니동호회를 만들면서 시선을 끌기 위해 기상천외한 동호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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