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유명작곡가 10명 손잡고 중급 피아노연습곡 냈다

  • 입력 2000년 3월 6일 07시 43분


▼'카네기홀 밀레니엄 피아노악보집' 출간▼

오늘날 피아노 레슨을 받는 어린이들은 바흐 모차르트 바르톡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작곡한 기초 수준의 피아노 연습곡들을 마친 후 중급 수준의 연습을 위해 20세기 현대 음악가들의 악보 대신 그전 시대의 곡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냐하면 20세기 작곡가들의 음악은 학생들의 중급 수준 연습곡으로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또 오디오기기의 발달로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자, 듣고 싶은 음악을 직접 연주해야만 했던 중세 이래의 빛나는 ‘아마추어 음악’의 전통이 사라진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1997년 미국 카네기홀의 작곡가로 있으며 몇 가지 음악교육 사업을 벌이고 있던 엘렌 타페 츠빌리히는 청중으로부터 유리된 20세기 현대 음악을 친숙한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이들의 음악으로 중급 수준의 피아노 연습곡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당시 카네기홀 예술감독이었던 쥬딧 애런을 설득해 세계 각 국의 작곡가 10명에게 중급 수준의 피아노 연습곡을 작곡해달라고 의뢰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그 결실로 음악출판사로 유명한 ‘부지 앤 호크스’가 ‘카네기홀 밀레니엄 피아노 악보집’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악보집에는 현대 음악에 정통한 피아니스트 어설라 오펜스가 열 곡을 모두 연주한 CD도 들어 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작곡가로는 음렬주의 작곡가 밀턴 바빗, 어려운 음악으로 유명한 현대음악의 거장 엘리엇 카터, 막강한 독일 작곡가 볼프강 림, 최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된 논쟁적인 오페라 ‘위대한 개츠비’의 존 하비슨, 중국 태생의 탄 둔과 첸 이 등이 있다.

▼우아하고…깔끔하고…명상적…▼

츠빌리히가 곡을 의뢰할 때 작곡가들에게 엄격하게 중급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기에는 손가락 동작이나 집중력에서 지나치게 고생스럽지 않은 곡들과 상당히 어려운 곡들이 함께 들어 있다. 오펜스도 “바빗의 곡은 우아하고 깔끔하지만 어렵고, 림의 곡은 명상적이면서 나른하며, 루이 안드리센의 곡은 미니멀리즘적인 화음과 색채의 소용돌이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이같은 중급 수준의 연습곡들이 어려워 치지 않는다면, 현대 음악을 깊이 배우려는 대학생이나 콘서바토리 학생들이 열심히 배울지 모른다.

2일 저녁 카네기 홀 안의 와일 리사이틀홀에서 오펜스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네 명의 콘서바토리 학생들과 함께 이 곡들을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주했다. 이 콘서트에서 오펜스는 하비슨과 탄 둔의 곡을, 네 명의 학생들은 나머지 여덟 곡을 각각 연주했다. 이 날 음악을 들어본 평론가 앤서니 토마시니는 “각 곡들은 명백히 도전적인 음악들이어서 중급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윤정국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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