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쌍방울 전훈캠프, 감독교체 소문에 뒤숭숭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프로야구팀의 해외 전지훈련 캠프는 ‘꿈과 낭만이 있는 곳’이다. 다가올 새 시즌에 대한 기대와 설렘, 모처럼의 해외 나들이에서 오는 해방감,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눈 녹듯 풀리면서 느끼는 탁 트인 마음….

그러나 신생팀 SK 선수단의 하와이 전지훈련장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제는 없어진 쌍방울 레이더스의 회색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마지막 전지훈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창단식은 물론 신생팀과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속조차 불분명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주재의 전지훈련. 멀리 고국땅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코칭스태프는 대폭 물갈이가 될 것이며 선수들도 재계약에 성공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불길한 소식들뿐.

그래도 마음을 새롭게 추스르고 방망이와 글러브를 힘껏 잡아보지만 훈련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SK에서 전화가 한차례 왔을 뿐”이라는 김준환감독은 “그쪽에서 귀국 날짜를 갑작스레 앞당기라는 바람에 훈련일정이 뒤죽박죽이 됐다”며 푸념.

코치들도 일손이 안잡히기는 마찬가지다. 올초 처음으로 코치가 된 김종윤 이건열코치는 청운의 꿈을 품었지만 그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수단내 최고참 김성래(39)는 “올시즌만 뛰면 17시즌을 연속으로 뛰게 돼 프로야구 사상 최장수 선수가 되지만 올해가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0년 창단멤버인 김호는 “이달에 애가 취학을 하는데 곧바로 전학을 시켜야 한다”고 걱정. 두산에서 이적한 추성건은 “다른 팀에 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코칭스태프만 믿고 쌍방울로 왔다”며 “시즌을 코앞에 두고 코칭스태프가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강변했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 불펜에서 묵묵히 공을 받아주며 1군 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주는 불펜포수들과 무명선수들은 SK와 계약이 안되면 곧바로 생계수단을 잃게 된다.

서울에선 이름조차 이상야릇한 ‘KBO 레이더스’ 선수단의 어려움을 과연 얼마나 알까.

<호놀룰루〓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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