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대만의 북서풍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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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18일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총통선거가 처음 실시된 96년에도 맹위를 떨쳤던 바로 그 ‘북서풍’이다. 96년 선거 당시 리덩후이(李登輝)국민당후보가 중국에 대해 국가대 국가관계의 정책을 취하겠다고 선언하자 1국2체제론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이 발끈했던 것. 베이징(北京)정부는 대만을 향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 군사시위로 대만 주민들을 자극해 리후보를 낙선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 군사시위는 오히려 리후보에 대한 지지만 높여 결과적으로 리후보의 당선에 기여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었다.

▷이번에도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외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대만이 통일협상을 무한정 연기할 경우 대만을 공격하겠다는 내용의 백서를 발표했다. 대만의 총통선거 후보는 현재 5명. 국민당의 롄잔(連戰)후보는 중국과의 관계를 국가대 국가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고 무소속 쑹추위(宋楚瑜)후보와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후보도 중국이 주장하는 1국2체제론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쑹후보와 천후보는 중국과 평화회담은 약속하고 있는 상태. 그래서인지 현재의 여론조사는 롄후보가 쑹, 천 두 후보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

▷96년 ‘북서풍’이 불 때 두 척의 항공모함을 급파하는 등 군사적 대치에 들어갔던 미국은 이번에도 “중국의 어떠한 무력위협도 거부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하원은 대만 안보강화법안을 채택했다. 미의회 일부에서는 클린턴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중국의 자세도 강경하다. 미국의 인권정책을 강력히 비난하는 등 맞불작전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북서풍’에 대한 대만주민들의 반응이 어떻게 표심으로 연결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미-중관계 역시 관심거리다. 지금 대만에 불고 있는 ‘북서풍’이 비록 선거철을 맞아 그냥 지나가는 ‘계절풍’에 그친다해도 우리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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