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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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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시가총액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회사의 실제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이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증권거래소는 1일 관리종목 및 자본전액잠식 법인을 제외한 410개 상장사(12월 결산법인)를 대상으로 잉여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총액이 회사 시가총액(발행주식수×주가)보다 많은 기업은 모두 228개사에 달했다. 이는 전체 상장사(725개사)의 31.5%에 이르는 규모.
시가총액은 2월28일 종가기준이며 잉여금은 작년 6월 반기 결산보고서상에 기재된 금액이다.
이익잉여금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중에서 사내에 유보해둔 자금을 뜻하며 자본잉여금은 주식발행초과금 재평가적립금 등 영업 이외의 활동에서 창출된 잉여금을 말한다.
잉여금이 많을수록 회사의 실제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228개사중 115개사는 잉여금 총액이 시가총액의 2배를 웃돌았으며 시가총액의 5배가 넘는 회사만도 21개사에 달했다.
또 66개사는 영업활동으로 누적된 이익잉여금만으로 상장주식 모두를 매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성신양회의 경우 지난달 28일 현재 시가총액은 306억원이지만 사내에 쌓아둔 잉여금 총액이 무려 4422억원에 달했다. 잉여금만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14번 이상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새한은 잉여금으로 10번,대한펄프는 9번,대한항공은 8번 이상 자기회사 주식을 살 수 있을 만큼 잉여금 규모가 컸다.
문제는 잉여금이 많은데도 회사 주가는 올들어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것. 대한항공이 지난달 29일 현재 연초 주가에 비해 34%가량 하락한 것을 비롯,△새한(-30%) △성신양회(-22%) △아세아 시멘트(-26%) 등의 주가하락률이 컸다.
증권거래소는 “현금흐름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사업구조를 적극적으로 개편할 경우 기업가치는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며 “재무구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은 투자설명회(IR)를 통해 실제 기업가치를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