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2000년 2월 28일 00시 48분


▼설매타는 경찰관▼

최근 눈이 쏟아지던 날 나는 두 아들 그레이엄과 닉,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센트럴 파크의 체리 힐로 썰매를 타러 갔다.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기 때문에 썰매장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 주위는 어둡고 인적이 없어 좀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하얀 언덕과 흰 옷을 입고 여기저기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었다. 그러나 막상 썰매장에 들어가려고 하니 입구에는 ‘입장 금지’ 표지판과 함께 통행을 막는 줄이 쳐져 있었다. 썰매장에 문제가 생겨 공사 중인 모양이었다. 멈칫하는 순간 그레이엄이 언덕 위를 가리켰다. 정상에서 3명의 덩치 큰 어른들이 어슬렁대더니 곧 썰매를 타고 쏜살같이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놀라 자세히 보니 경찰관 세 명이 썰매를 타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 놀란 것은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썰매가 아니라 폭동진압용 플라스틱 방패였다. 아마도 순찰을 돌다가 눈 속에서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장난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의 손목을 이끌고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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