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정민태 "3억 이상이야 주겠죠"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투심성 싱커.’

이는 지난해 20승(7패)을 따내며 한국최고 투수의 자리를 굳힌 현대 에이스 정민태(30)가 올 시즌 야심차게 내놓은 ‘신상품’이다.

‘투심성 싱커’는 검지와 중지로 실밥을 똑바로 잡는 투심과 같은 그립으로 공을 잡되 낚아채거나 누르는 방식을 달리해 변화를 주는 볼. 오른쪽 타자의 경우 직구처럼 오다가 몸쪽으로 휘거나 홈플레이트 앞에서 가라앉아 주자가 있을 때 땅볼유도로 병살타를 만들기에 딱 좋은 구질이다.

정민태가 ‘투심성 싱커’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의 로저 클레멘스가 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본 뒤. 슬로비디오로 그립을 눈여겨본 정민태는 다음달부터 당장 연습을 시작했다.

99한일슈퍼게임에서도 테스트를 해본 정민태는 올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투심성 싱커’를 연마했다. 첫 실전등판인 25일 청백전에서 드러난 ‘투심성 싱커’의 위력은 대만족.

1, 2회 왼쪽타자인 장정석 이숭용 심재학이 모두 이 공에 당해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이 공을 주무기로 해 선발 2이닝 동안 최고 시속 144㎞에 1안타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

‘투수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정민태는 “이미 내 구질이 각 구단에 노출됐기 때문에 새로운 구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한편 ‘연봉지존’자리를 놓고 삼성 이승엽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 정민태는 이승엽의 3억원 계약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표정.

지난해 연봉이 1억5200만원인 그는 ▽지난해 구단이 약속한 일본진출이 좌절된데 대한 보상 ▽이승엽은 광고계약 등 부수입이 있었지만 자신은 없었다는 점 ▽국내투수 중 처음으로 4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지고 한차례 우승을 이끄는 등 그동안의 팀 기여도면에서 이승엽보다 낫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요구액 5억원을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25일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현대 김용휘단장은 이승엽의 3억원보다 많이 줄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해 정민태의 연봉을 3억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김단장은 2, 3일 내로 정민태와 만나 담판을 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래든턴(미국플로리다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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