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뜬다]젊은 CEO파워/10∼30대가 정보혁명 이끈다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1분


청바지에 가벼운 털스웨터를 입었다. 손에는 서류가방이 없고 대신 배낭을 멨다. 배낭 속에는 휴대전화 2대 소형비디오카메라 MP3플레이어가 있다. 이런 요나스 비르게손(29)을 두고 한창 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 총수라고 짐작하는 사람은 없다.

대학생같은 용모는 젊은 날의 빌 게이츠를 연상시킨다. 비르게손도 빌 게이츠처럼 대학을 중퇴했다. 비르게손이 1995년 설립한 인터넷 컨설팅회사 프램팝(Framfab)의 주식은 지난 해 8월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무섭게 1500%나 치솟았다. 비르게손과 100여명의 직원들은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프램팝의 현재 시가총액은 41억달러(약 4조5000억원). 유럽 최대의 인터넷 컨설팅 회사다.

▼ 17세 소년이 돈방석 ▼

사이버상점 개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인터숍’의 창업자 슈테판 샴바흐(30)는 “나는 국적이 없고 인터넷 국적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동독 출신으로는 드물게 인터넷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대학생 샴바흐는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PC 및 소프트웨어 상점을 차렸고 92년 고향 이에나에 인터숍을 설립했다.

96년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로 옮기면서 인터숍은 사이버상점 소프트웨어디자인 분야 선두그룹이 됐다. 98년 7월 프랑크푸르트 증시와 나스닥에 상장한 뒤 인터숍의 자산가치는 14억달러로 뛰었다. 독일에서만 2만여개의 회사가 인터숍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다. 96년에 20명이던 직원은 400여명이 됐다.

영국의 유대인 공동체를 위한 웹사이트(Jewishnet.com)를 개설해 돈방석에 앉은 벤저민 코헨 사장은 이제 겨우 17세. 단돈 150파운드로 회사를 일으켜 2년만에 자산가치 500만파운드짜리를 만들었다.

▼ 리눅스 돌풍 일으켜 ▼

인터넷태풍은 유럽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아이디어를 밑천 삼아 벤처기업을 창업해 수년 내 수십억달러의 초대형 회사로 키워내는 ‘무서운 젊은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영국의 사이버 재벌 10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자산가치 500만 파운드 이상의 인터넷 관련회사 대표 100명 가운데 57명이 40세 미만이었고 대부분 창업 4년 내의 새내기 회사들이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올해 전세계가 주목할 10명의 경제인 중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에 대항하는 공개형 컴퓨터 운영체제(OS)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30)를 포함시켰다.

토발즈는 핀란드 헬싱키대 학생이던 91년 386컴퓨터의 성능을 개선하려고 중형 컴퓨터 운영체제인 유닉스를 PC에 적용했다. 그는 이 운영체제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전세계 수천명의 무명 프로그래머들이 리눅스를 쓰다가 성능을 개선하거나 부가기능을 추가한다. 이용자가 800만명을 넘어서면서 리눅스는 윈도의 최대 라이벌이 됐다. 레드햇 등 리눅스 관련업체 주가는 치솟고 있다.

토발즈는 프로그램을 독점해 돈을 벌지 그러느냐는 질문에 “소프트웨어는 남녀 관계와 비슷해서 자유로울 때 더 가치 있다”고 응수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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