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LG배 세계기왕전]유창혁-中위빈 5번기 격돌

  •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26분


유창혁 9단 대 중국의 위빈(兪斌) 9단.

29일부터 시작되는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5번기는 두 기사의 ‘한풀이’ 무대가 될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화려한 기풍으로 적지 않은 팬들을 지닌 유 9단. 하지만 그는 ‘세계 바둑의 1인자’ 이창호 9단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의 설움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기원이 발표한 99년 상금랭킹에서 유 9단은 2억 9000만원으로 이창호(8억 1000만원)에 이어 2위였다. 말이 2위지 1위와의 격차가 심한 데다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에서도 연패했다.

위 9단도 비슷한 처지. 98년까지만 해도 창하오(常昊) 마샤오춘(馬曉春) 9단에 이어 중국 랭킹 3위였지만 지난해 성적은 참담했다. 두 고수는 물론 저우허양(周鶴洋) 왕레이(王磊) 8단 등 이른바 ‘6소룡(小龍)’에 밀려 7위까지 추락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두 기사에게 LG배 결승은 명예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인 셈. 실제 유 9단은 프로기사들이 가장 싫어하고 버거워하는 큰 ‘산’을 넘어섰다. 준결승에서 흑으로 260수만에 이창호 9단에게 5집반승을 거둔 것. 1, 2회 대회에서 준우승에 머무른 치욕을 씻고 대회 첫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위 9단은 이번 LG배 우승으로 세계 대회 첫 패권을 노리고 있다. 그와 LG배의 인연은 괜찮은 편이다. 2년 연속 4강에 진출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2회 대회 우승자로 일본에서 활동 중인 대만 기사 왕리청(王立誠) 9단과 조훈현 9단 등 강호들을 연파하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두 기사의 역대 전적은 3승1패로 유 9단의 우세. 관록이나 기력에서 유 9단이 다소 앞선다는 평가가 있지만 승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5번기로 치러지는 첫 대국의 승패가 중요하다. 덤은 국내 대회(5집반)와 달리 6집반.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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