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뉴욕 자연사박물관 '로즈 천체 센터'

  •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03분


뉴욕에 위치한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새로 문을 연 로즈 지구 및 우주 센터가 뉴욕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천문과학관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의 기본 설계 아이디어는 18세기 말에 프랑스의 건축가 불레가 뉴턴에게 바치기 위해 설계했던 기념물에서 따온 것이다. 불레는 “오, 뉴턴이여. 당신은 엄청난 지혜와 절정에 이른 천재성으로 지구의 모양을 알아냈습니다. 나는 당신이 발견한 것으로 당신을 둘러싼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라면서 거대한 구체로 이루어진 건물을 설계했었다. 그러나 이 건물은 실제로 지어지지는 않았다.

자연사박물관은 불레가 처음 설계 아이디어를 생각한 지 200여년이 흐른 지금, 지름이 26.5m에 이르는 거대한 구체가 중앙에 자리잡은 건물을 드디어 만들어냈다. 이 구체는 7층 높이의 유리상자 안에 들어있으며 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천문과학관에는 뉴턴에게 바치는 기념비 대신 천장에 별을 띄워주는 영사기가 중앙에 솟아있다.

밖에서 로즈센터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구체를 둘러싸고 있는 유리상자다. 이 건물을 설계한 제임스 스튜어트 폴셰크와 토드 슐리만은 최근에 유럽에서 지어진 유리 건물들을 많이 참조했던 것 같다. 로즈센터 지붕의 빛나는 가장자리 선은 장 누벨이 설계한 파리의 카르티에 재단 건물의 영향을 보여준다.

트루만 카포티는 어스름 무렵에 센트럴파크가 푸른 눈송이처럼 내려앉는다고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센트럴파크 옆에 자리잡은 로즈센터만큼 어스름 무렵의 푸르스름한 공기를 잘 보여주는 곳은 없다. 로즈센터의 유리벽은 하늘, 나무, 거리의 건물 등에서 반사되는 빛을 받아 분위기 있는 남색으로 변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하얀 구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 구체는 한눈에 볼 수 없을 만큼 크지만 전체 공간을 작게 보이도록 하는 실내장식 때문에 사람들은 구체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마치 달에 착륙하기 직전에 달을 바라보는 우주비행사가 된 듯한 기분을 맛본다.

구체의 아랫부분에서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구체의 적도 근처에서 출발해서 구체의 주위를 한바퀴 반 감돌고 있는 나선형 경사로다. 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우주의 역사를 하루로 환산했을 때 그 시초가 되는 빅뱅에서 하루가 채 1초도 남지 않았을 때 벌어진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짧은 설명이 달려 있는 우주의 역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사로를 따라 구체를 완전히 한바퀴 돌고 나면 나선형 곡선의 가장자리를 바라보며 자신이 마치 구체의 중력에 의해 왜곡된 공간 속을 질주하는 천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맛보게 된다. 이 경사로의 구불구불한 곡선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구체를 높이 받쳐들고 있는 단단한 강철 삼각대이다. 각각의 다리는 그 끝이 다시 세 개로 갈라져 있는데 그 중 6개가 구체를 떠받치고 있고 나머지 세 개는 경사로를 지탱하고 있다.

로즈센터는 1966년 이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진지한 건축물이 세워진 적이 거의 없는 뉴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21300sci-planetarium-architectu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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