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뜬다]실리콘 밸리/産學협동 활발… 벤처창업 붐

  •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03분


쪽빛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에다 온화하기까지 해 세계적인 피한지로 꼽히는 프랑스의 코트 다쥐르지방. 유럽 최초의 대규모 연구단지 소피아 앙티폴리스(SAEM)는 영화의 도시 칸에서 15km, 세계 부호들의 휴양지 니스에서 22km 떨어진 구릉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그 이름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그리스어로 ‘지식도시’를 뜻한다.

이곳의 입주기관은 1160여개. 전체 고용인력의 44%인 9000여명이 297개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기업과 연구소에서 일한다. 이 가운데 105개는 외국기업으로 IBM 텍사스인스트루먼트 AT&T 컴팩 휴렛팩커드 콤파스 앤더슨컨설팅 등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유럽지역 연구센터도 이곳에 모였다.

1969년 니스 출신 공학자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특히 니스국제공항이 아주 가깝고 초고속 인터넷망과 위성시설 등 통신인프라의 구축을 서두른데다 단지 내 66개 연구 및 교육기관의 전문인력 공급에 힘입어 성공했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들은 ‘테크노폴리스’ ‘실리콘글렌’ ‘사이언스파크’와 같이 명칭이 다양한 것처럼 저마다 특색이 있다. 실리콘펜(Sili-con Fen)이라고도 불리는 영국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는 미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가 초기에 스탠퍼드대의 명성과 인재 공급에 크게 의존한 것처럼 케임브리지대의 후광을 입었다.

케임브리지대 주변에 대단위 첨단 기업단지가 조성된 것은 1971년. 네빌 모트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낸 산학협동을 위한 사이언스파크 제안서를 영국 정부가 채택함으로써 비롯됐다.

실리콘펜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도시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65개 세계적 대기업의 기술연구소를 비롯해 1000여개의 하이테크 회사들이 입주했다.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이들 회사는 2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연간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리콘펜에서는 대학교수와 학생들이 기업의 연구프로젝트를 받아 일하거나 아예 창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리콘펜에서 가장 큰 기업인 캔탑제약은 케임브리지 크리스트 칼리지 학장인 알란 먼로가 1987년 설립했다. 알렉 브로어스 케임브리지대 부총장은 20년 넘게 IBM의 객원연구원이며 로저 니드햄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케임브리지-마이크로소프트 컴퓨터연구센터 소장이다.

유럽 최북단 실리콘밸리인 핀란드의 오울루테크노폴리스는 첨단기술 중심의 오울루대와 노키아의 휴대전화 제조공장 덕분에 연평균 9%의 초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오울루대는 대학캠퍼스 내에 기술단지를 조성해 130개 기업을 유치하고 주식시장 상장을 지원한다.

이밖에 지멘스 그룹의 반도체생산 및 연구시설 건립계획에 힘입어 급부상한 옛 동독지역의 드레스덴 정보단지, 유럽 고유 브랜드 PC의 32%와 워크스테이션의 80%를 생산하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실리콘글렌은 유럽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 "첨단 학문서 하이테크 기술 나온다" ▼

“벌이는 사업마다 성공할 수는 절대로 없다.”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는 199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거금 5000만파운드(약 1000억원)를 쾌척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 관련 벤처 사업의 고위험 고부가가치 특성을 지적한 것이다.

케임브리지대는 아이작 뉴턴에서 전자를 발견한 톰슨, 제트엔진을 발명한 프랭크 휘틀, DNA 구조를 밝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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