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규슈大 스기오카 총장… 日대학 한국연구센터 설립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일본 대학들이 교양학부를 폐지하고 대학원중심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계속하고 있다. 3년 전 대학원중심제도를 도입한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의 국립명문 규슈(九州)대 스기오카 료이치(杉岡洋一·67)총장을 16일 만나 일본의 대학개혁 현황 등에 관해 들었다. 규슈대는 1월 일본대학 최초로 한국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대학원 중심제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학의 본래 기능인 연구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교수나 학생이 학과나 단과대학 등 조직에 연연해서는 안됩니다. 대학원중심제는 학문의 벽을 헐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규슈대의 ‘인간환경학연구과’(한국의 대학원에 해당)는 문학부(인문대학) 교육학부(사범대학) 공학부(자연대학) 소속의 학생은 누구나 진학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간공생시스템 전공, 공간시스템 전공 등 새로운 분야의 연구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요. 도쿄(東京)대 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립대학을 정부의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하는 독립행정법인화가 추진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법인화에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공무원 25% 감축 원칙’에 맞춰 획일적으로, 게다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행정법인화는 앞뒤가 바뀐 것입니다.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존재 이유에 알맞게 대학 스스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지역 5개 국립대 연합처럼 관 주도가 아닌 대학 주도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연구센터를 설립한 배경은 무엇인지요.

“규슈는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국과 가깝습니다. 1911년 설립된 규슈대의 외국인 유학생 1호도 한국인이었습니다. 1998년 11월 김종필(金鍾泌) 당시 국무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설립된 한국연구센터는 한국의 대학과 교류창구는 물론 정치 경제 교육 문화를 포괄하는 한국학 연구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아시아연구센터’로 육성해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규슈대에서 공부 중인 외국 유학생 800여명 가운데 중국인이 300여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한국인으로 180여명입니다. 한국유학생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대단히 우수합니다. 우수한 한국유학생과 일본학생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앞으로 새로 지을 캠퍼스 기숙사는 양국 학생이 함께 머물도록 설계할 계획입니다. 일본대학생을 상대로 한 한국어 강좌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규슈대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역사책에 하카다(博多)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듯 이곳 후쿠오카는 과거 아시아 무역의 중심지였습니다. 규슈대 이학부의 교수 1인당 논문게재편수는 영국의 옥스퍼드대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아시아의 시대’를 염두에 둔다면 규슈대야말로 한국 학생들에게 매력 있는 대학이지요.”

스기오카총장은 규슈대 의학부 출신으로 의학부장(한국의 의대학장)을 지냈다.

<후쿠오카〓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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