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핫라인]드라마 '카이스트' 스타덤 이은주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은주(20)는 이제 ‘겨우’ 단국대 연극영화과 1년에 재학하고 있는 재기발랄한 신세대다. 하지만 SBS 인기 일요드라마 ‘카이스트’(밤 9·50)에서 그가 맡은 구지원이란 대학원생은 세파의 고뇌와 때가 잔뜩 묻은 ‘고학생’ 같은 이미지다.

▼세파에 찌든 고학생 캐릭터▼

그런대로 반반한 얼굴이지만 남자 대학원생들의 구애 공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극중 아버지는 부도를 냈고 어머니는 생활능력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학업을 꾸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동생의 학비까지 대준다. 그런 환경에서 나온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은 수업시간에 교수의 질문에 대한 동료 학생들의 오류마저도 까발려야 속이 시원해지는 싸늘한 ‘오기’로 이어진다.

이은주는 그런 극중 캐릭터를 웃음없고 핏기가 씻겨나간 듯한 차갑고 냉정한 자신의 이미지로 표현해 낸다. 데뷔 이전부터 들었던 “너 도대체 몇살이냐”는 ‘지적’을 오히려 자신의 ‘상품성’으로 연결시킨 셈이다.

▼연기력 인정받아 영화주연 발탁▼

그렇게 1년 동안 ‘카이스트’에 출연하고 보니 실제와 극중 캐릭터를 헷갈릴 때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카이스트’ 출연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지난해 말 한 휴대전화 회사로부터 “아직 미성년이니까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라는 전화가 왔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금 장난하시는거예욧!”하며 불쑥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은주는 그 이미지 하나만으로 최근 등장한 신인급 중 손꼽히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박종원 감독의 영화 ‘송어’에서는 강수연의 동생으로 나와 썩 괜찮은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최근에는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인 ‘오! 수정’에서 마침내 주연 여배우로 발탁돼 촬영에 들어갔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케이블 방송의 구성작가로 출연, 문성근 정보석 등과 호흡을 맞춰 계속 ‘애 늙은이’의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토크쇼서 막춤 추며 푼수끼▼

이은주는 “실제 성격은 쾌활하고 발랄하다”고 했다. 촬영장에서 선배들의 컨디션이 좋지않을 때 재잘거리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야 이은주 급의 신인들에게 공통으로 부여되는 ‘임무’라고 치자. 그가 최근 몇몇 TV 토크쇼에서 보여준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차가움’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얼마 전 SBS ‘김혜수 플러스 유’의 한 장면. 이은주는 “이전에는 내가 봐도 얼굴이 별로여서 맘 고생이 심했다”며 “여자는 역시 가꿔야 한다”고 말한다든지, MC의 지시에 고민없이 무대에 올라 ‘막춤’을 추는 등 다소 ‘푼수끼’ 어린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이은주는 “저를 단시간 내에 사람들에게 알린 그 성숙한 이미지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물론 ‘조숙(早熟)에 따른 조로(早老)’는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이런 이미지로는 20대 후반만 돼도 중년 아줌마역을 맡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 말이죠. 더욱 발전적이고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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