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통일돼 사무라이들이 할 일이 없어진 1696년. 명문가의 보검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던 사무라이 카자마츠리(호테이 토모야스 분)가 어느날 칼을 빼앗아 사라지고, 명문가의 아들 헤이지로(후키코시 미츠루)와 친구들은 칼을 되찾기 위해 그의 뒤를 좇는다.
나가노 히로유키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인 그의 이력답게 마치 장편 뮤직 비디오같다. 시종 흐르는 기타의 다채로운 선율과 록큰롤 음악은 칼의 부딪힘,눈동자의 움직임까지도 지배한다. 영화의 모든 음악은 카자마츠리 역을 맡은 일본의 록스타 호테이 토모야스가 만든 것. 흑백영화이지만 음악과 함께 다양한 촬영기법, 경쾌한 편집 덕택에 감각적 영상미가 빛을 잃지 않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무라이들은 비장한 무사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실수 투성이인 미숙한 사무라이 헤이지로 등 과장된 캐릭터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수시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 부분, 싸움에서 진 카자마츠리가 강에 뛰어내려 자결하는 대목은 좀 느닷없다. 지난달 방한했던 나가노 히로유키 감독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에 대한 오마쥬(경의)로 사무라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오마쥬의 흔적은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밖엔 찾아볼 수 없다. 12세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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