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이현도 3집/고속랩-하드코어등 실험성 가득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34분


1990년대 중반 듀오 ‘듀스’로 활동하며 서태지와 나란히 힙합의 한국화를 주도했던 이현도(27)는 95년 팀 해체 후 가수로서는 힘을 잃은 듯 했다. 96년 솔로로 독립해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독특한 실험정신은 간데없고 음악적 완성도도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지누션’ 등 후배들의 음반을 기획하며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기타리스트 한상원과 함께 프로젝트 앨범 ‘D.O Funk’를 내며 자기 색깔을 찾아 가더니 최근 3집 ‘完全(완전) 힙합’을 냈다.

제목대로 이현도는 이 앨범을 통해 오버와 언더를 넘나들며 힙합계에서 쌓아 온 역량과 실험정신을 ‘완전히’ 집대성하려 했다.

타이틀곡 ‘삐에로’는 그 실험의 단면이다. 다른 힙합 뮤지션들이 외국 곡을 샘플링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김완선의 1980년대 댄스 히트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일부 소절을 차용하는 ‘독창성’을 보여준다.

전성기에는 서태지를 능가한다는 평을 받았던 그의 ‘철학적인’ 가사와 라임(각운), 그리고 고속 랩은 여전하다. 이는 수록곡 ‘Disaster’s Orbit’ 에도 녹아있다 (“…마치 방언처럼 들리는 나의 그건/ 그저 말 맞추기 만이 아니란 건 반드시 염두하라…”). ‘이면’은 메탈그룹 ‘크래쉬’와 함께 그간 잘 시도하지않던 ‘하드코어’(록+힙합)다. 또 조PD ‘드렁큰 타이거’ ‘디지털 마스터’ 등 쟁쟁한 후배 힙합 뮤지션을 객원 보컬로 끌어들인 ‘흑열가(黑熱歌)’로는 자신이 힙합계의 ‘형님’임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팬들에게서 멀어져 있던 점을 의식했는지 가볍고 경쾌한 리듬을 담아낸 몇몇 곡에 대해서는 그의 골수 팬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Goody 구리’ 등에서 나타난 쉬운 리듬은 오히려 가사 속의 냉소적 메시지를 퇴색시킬 정도다. 이현도는 “뮤지션으로서 대중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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