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천개혁'부터 철저히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57분


4월 총선은 새 천년 들어 처음으로 이 나라 국회의원 전원을 새로 뽑는 총선거라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뜨겁고 정당에 대한 신뢰는 바닥 수준이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위태로울 지경이다. 이 나라의 여러 부문 가운데 가장 ‘낡고 후진적(後進的)이며 부패한’ 부문으로 지탄받는 정치, 이 부문의 정체(停滯)를 타파해 개혁하겠다고 시민단체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이다.

21세기 세계의 변화와 진보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부구조’로서의 새로운 정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염원이요 여망이다. 언제까지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다른 부문의 발전을 가로막고 저해하는 ‘걸림돌’같은 정치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새 시대의 ‘새 술’을 담기 위한 ‘새 부대’로서의 정치 주역이 되어줄, 이 나라 새 천년 벽두를 희망으로 열어갈 새 정치엘리트를 충원하는 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총선을 통한 바람직한 물갈이가 이루어지려면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이 현명해야 할 것이다. ‘지역정서’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이라는 큰 공동체를 위한 새롭고 훌륭한 인재를 뽑는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유권자의 ‘선택 폭’을 획정하는 정당의 공천이 제대로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유력한 정당의 공천장을 받은 인사들이 현실적으로 ‘유력하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심사에 나선 각 정당은 양식(良識)과 능력, 비전이 있는 인재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공천 과정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과거 공천 과정에서 흔히 있었던 특정 계파간의 나누어먹기, 혹은 공천을 둘러싼 뒷거래가 말썽이 되고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것을 기억한다. 총선 때마다 ‘무슨 당의 전국구 비례대표 몇 번까지는 얼마씩의 특별당비명목의 헌금을 했다’라든가, 혹은 ‘아무개는 실세 누구를 붙잡고 공천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공천자 명단을 훑어보면 기대와는 달리 무능하고 부패한 퇴출 대상 인사들이 다시 공천받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바로 그런 묵은 방식의 공천이 오늘의 정치를 이런 수준으로 한정해 놓은 것 아닌가.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새 인재(人才) 충원이, 참된 인재를 리크루트하기 위해서는 ‘공천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구태를 벗지 못한 밀실공천이나 ‘보스’ 일인 위주의 자기사람 고르기로 흘러 ‘이상한 공천자 명단’을 내놓는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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