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건강] 전국 소아암·백혈병 부모 연대

  • 입력 2000년 2월 3일 23시 40분


‘전국 소아암·백혈병 부모 연대’의 안타까운 호소 “난치병 어린이 지원 법안만이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건강하다고 자신하던 아이가 어느날 소아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낀다. 더구나 돈이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져 있지 않지만 소아암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남의 일이라고만 여길 수 없다. 백혈병 등 암으로 고통받는 자식을 둔 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과 소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증세를 알아보았다. ●글·권호순<자유기고가> ●사진·지재만 기자 “우리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 이름도 갖기 전에 너무나 큰 병마와 싸우고 있어요. 가엾은 우리 아기에게 다른 엄마들처럼 젖이라도 한번 물려봤으면….” 서울중앙병원 서관 병동엔 태어난 지 이제 겨우 30일이 지난 갓난아기가 입원해 있다. 병명은 림프성 백혈병. 산후조리를 못해 온몸이 붓고 부석한 얼굴의 아기 엄마는 병상을 눈물로 지키고 있다. “남편이나 저나 아기가 태어나면 함께 하고픈 게 참 많았어요. 임신 전부터 수많은 육아계획을 세웠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엄마 아빠 사랑도 못 받고 태어나면서부터 저렇게 아프니…. 언제나 우리 아기가 병원 침대가 아닌 제 품에서 잠들 수 있을까요.” 애타는 심정은 ‘재생 불량성 빈혈(백혈병의 일종)’을 앓고 있는 지윤(14)이 엄마도 마찬가지. 특히 지윤이의 월경 날짜가 돌아오면 엄마의 불안감은 더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피가 모자라 매주 수혈을 받고 있는데, 피가 다량 밖으로 배출되는 생리중엔 어떤 급박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 실제로 한번은 생리기간 중 갑자기 실신해 1주일 이상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헤맨 적도 있다. “한번 생리를 하면 병원에 가 조치를 받기 전엔 그치질 않아요. 지윤이 병은 골수 이식을 받지 않는 한 10년을 넘기기 힘들다는데… 그동안 조마조마하게 보낸 세월이 5년을 넘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골수 기증자를 아직도 못 찾고 있으니….” 사랑스럽기만 한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느날 날벼락처럼 찾아드는 ‘소아암’ 판정. 이때 부모가 느끼는 절망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때문인지 소아암 환자가 많은 대부분의 종합병원엔 ‘환아 부모 모임’이 결성돼 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병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것. “우리 아이가 죽음을 앞둔 소아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막막하기만 해 몇날 며칠 울기만 했습니다. 그때 우리 애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엄마들이 병실로 찾아왔어요. 그분들과 아픔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힘이 생기더라구요.” 소아암 환자 부모 모임에선 병에 대한 정보교환을 최우선으로 한다. 정기 모임을 통해 선배 회원들로부터 경험담과 조언도 듣고, 전문 의료진과의 자리도 수시로 마련, 상담은 물론 최신 치료 정보도 접한다. 또한 아이들의 투병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다채로운 행사도 갖고 있다. 입원중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달 생일잔치를 여는가 하면 완치됐거나 치료에 진척을 보이는 아이들을 위한 축하파티도 열고 있고, 방학을 이용해 여름캠프와 송년행사도 진행중이다. “소아암은 돈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수술비나 치료약이 엄청나게 비싼데다 발병할 때 몇 달, 또 투약 일정에 맞춰 몇 주에서 몇 달씩, 재발하거나 상태가 악화되면 또 몇 주씩 입원을 해야 하는 장기전이거든요. 그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고 집을 잃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가슴아픈 건 수술비가 없어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낼 때예요.” ◇소아암은 돈과의 싸움, 경제력이 가장 큰 고통 각 병원 부모회가 모여 결성한 ‘전국 백혈병·소아암 부모연대’ 김광남 공동대표(50)는 소아암 자녀를 둔 부모들이 겪는 큰 고통중 하나로 ‘경제력’을 꼽는다. 부모회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치료를 못 받는 아이들을 돕고자 자체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기적으로 바자회도 열고, 후원금도 모금하고, 회비도 걷고, 백혈병어린이후원회, 사회복지협의회와 같은 후원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아이들을 추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큰 힘은 못되는 실정. “많은 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돕고자 적극적인 후원을 해주곤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아직도 인식이 너무나 부족한 편입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나한텐 아니겠지’하고 무관심한 거죠. ‘나의 작은 관심이 생명이 꺼져가는 소아암 아이들에겐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외국의 경우 국가가 나서서 소아암 치료를 적극 돕고 있다. ‘부모연대’ 또한 그동안 제도적 장치의 시급성을 인식,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인 청원활동을 펴온 터다. 그러나 작년에도 국회에 상정된 ‘어린이 난치병 지원 법안’은 끝내 보류되고 말았다. 어린이 난치병 환자를 돕자는 취지와 목적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준비가 부족하고 법안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우리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물건을 팔고 모금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법 제정이 너무나 시급합니다. 따라서 우리 부모연대는 올핸 꼭 지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것만이 많은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테니까요.” 94년 11월 척수종양으로 투병 3개월 만에 중학생 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김광남 공동대표. 현재 중앙병원 부모 모임인 ‘한울타리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가 환아 부모를 대표해 세상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소아암 아이들을 ‘별종’ ‘외계인’ ‘전염병 환자’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이 소아암 알리는 이상 신호! 아이들에게 흔한 특정암을 ‘소아암’이라 한다. 현재 14세 이하의 소아암 환자는 전체 암환자의 1.4%나 되고, 매년 1천2백명 이상이 발병하고 있다. 그중 급성백혈병이 30∼40%를 차지하고, 뇌종양, 악성림프종, 신경모세포종, 윌름종양의 순. 뇌종양을 뺀 나머지가 아이들에게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4대 소아암’으로 불린다. 소아암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특정 바이러스의 감염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을 몰라 예방도 불가능한 실정. 따라서 평소 아이를 눈여겨보다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즉시 전문의를 찾는 것이 최선책이다. ▼백혈병 : 백혈병 세포의 특징에 따라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70∼80%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나머지는 급성골수성 백혈병. 급성림프구성은 대부분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 가능. 급성골수성 가운데 20∼30%는 항암제치료로 완치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한다. ◇ 힘이 없고 잘 먹지 않는다 ◇ 숨을 가쁘게 쉰다 ◇ 피부에 멍이 잘 든다 ◇ 코피가 잘 나고 멎지 않는다 ◇ 다리 통증을 호소한다 ◇ 시력장애를 겪는다 ▼뇌종양 : 소아 뇌종양으로 대표적인 게 수모세포종과 원시신경외배엽종. 수모세포종은 소뇌에, 원시신경외배엽종은 대뇌에 주로 발생하는데 원시신경외배엽종이 더 악성경향을 보인다.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주로 한다. ◇ 자주 구토를 한다 ◇ 미열이 나고 체중이 감소한다 ◇ 경련을 일으킨다 ◇ 자주 눈을 찡그린다 ◇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거나 시력장애를 호소한다 ◇ 어지럼증을 자주 느낀다 ◇ 학업성적이 급격히 저하된다 ◇ 말을 더듬거린다 ◇ 안면마비 증상을 보인다. ◇ 손놀림이 어색하다 ▼악성림프종 : 10세 초반에 많이 생긴다.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집합소인 림프선에 암이 생긴 것. 항암치료로 완치가 가능하고 항암제가 잘 듣지 않거나 재발할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다. ◇ 림프선이 붓고 점점 커진다 ◇ 목이나 겨드랑이, 허벅지 등에서 혹이 만져진다 ◇ 식은땀을 자주 흘린다. ◇ 체중이 급격히 떨어진다 ▼신경모세포종 : 90%가 5세 미만에서 발생. 대표적인 증상은 배에 암이 생겨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으로 이같은 증상을 보일 땐 이미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다. 1, 2기는 수술 및 항암요법으로 치료. 3, 4기는 항암치료 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 ◇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 ◇ 호흡곤란을 겪고 기침을 자주 한다 ◇ 소변을 자주 보거나 반대로 보지 않는다 ◇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윌름종양 : 배에 생기는 암.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해주는 것이 기본 치료.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쓰면 1, 2기의 경우 완치율이 85∼90%, 3, 4기의 경우 70∼80%로 보고 있다. ◇ 배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 복통을 호소한다 ◇ 감기에 잘 걸리고 고열이 며칠씩 지속된다 ◇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 ◇ 밤에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 전국백혈병·소아암부모연대 각 병원 부모회 가톨릭성모병원 사랑나눔회(0345-419-2210) 경희의료원 한마음회(0351-863-9123) 삼성서울병원 참사랑회(02-692-3189) 서울대병원 늘푸른회(0347-762-3440) 서울중앙병원 한울타리회(02-487-3207) 신촌세브란스 한빛사랑회(02-3477-0515) 이대 동대문병원 아이사랑회(02-689-8468) 한양대병원 한마음회(02-456-6897) 고대안암병원 무지개사랑회(02-3662-2497) 길병원 천사사랑회(032-866-7431) 전남대병원 새생명동호회(062-369-8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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