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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27일 2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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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태양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소행성 】
행성과 행성 사이의 공간에서 그 어떤 사막의 바람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강렬한 바람이 몰아친다. 바람의 규모가 너무 커서 지구는 너비가 수십억Km나 되는 황무지의 작은 오아시스처럼 보일 정도다. 과학자들은 맹렬하게 불타고 있는 태양의 표면 바로 위에서 생겨난 이 바람이 태양계 만큼 오래된 것이며 태양계처럼 확고하게 제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봄의 어느 날 이 바람이 잠깐 동안이지만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 태양풍은 태양에서부터 바깥쪽을 향해 초속 수백Km의 속도로 휘몰아치며 지구를 보호하고 있는 자기권을 후려치고 고에너지 입자와 전자기파를 폭풍처럼 방출한다. 그런데 지난해 5월 11일에는 태양풍의 강도가 평소 때의 10분의 1 이하로 감소하고 속도도 반으로 줄어버렸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지금도 없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일본이 쏘아 올린 10여대의 우주선에 실린 장비들은 태양풍이 비교적 잠잠해지자 태양풍이 지구 근처의 ‘우주 날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놀라운 현상들이 일어났음을 알려주었다.
태양풍은 주로 양자와 전자로 구성돼 있다. 각각 양전기와 음전기를 띤 이 입자들이 태양과 연결돼 있는 자기장을 따라 마치 구슬처럼 미끄러져 내리는 현상이 바로 태양풍의 요체이다. 지구 근처에 이르면 태양풍은 태양을 향해 떨어지는 눈물방울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지구의 자기권을 후려친다. 따라서 지난 5월에 태양풍이 잠잠해지자 지구의 자기권에 가해지는 압력도 갑자기 줄어들었다. 그리고 바우 쇼크(bow shock)라고 불리는 자기권의 앞쪽 가장자리가 지구 반지름의 10배 가량이나 되는 크기로 늘어나 달을 집어삼켜 버렸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앨런 라자러스 박사는 “지구의 바우 쇼크가 달이 있는 곳까지 늘어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태양풍의 밀도가 떨어진 것은 또 다른 결과를 낳았다. 즉 태양의 코로나에서 나오는 뜨거운 전자들이 곧바로 지구까지 날아와 자기권을 강타하고 북극 위의 대기권 상층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보통의 경우 이 전자들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오는 동안 태양풍 안에 포함된 양자와 충돌해 식어버린다.
그런데 태양풍이 잠잠해지자 이 전자들은 보통 오로라가 나타나는 곳의 안쪽까지 기세 좋게 밀고 들어왔고, 덕분에 지구 대기권에서는 X선이 번쩍이게 되었다.
사실 이와 같은 현상은 아이오와 대학의 잭 스쿠더 박사에 의해 이미 예측된 바 있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 비행센터의 키스 오길비 박사는 과거에 나온 이론이 이처럼 현실로 확인된 것은 “매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우주 날씨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과학자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관측결과도 있었다.
우주과학자인 존 스타인버그 박사는 우주의 날씨가 최근 평소와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면 그것은 태양이 최근 활동 극대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박사는 최근에 태양이 침묵을 지켰던 기간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몇년간 저 위의 우주가 매우 복잡한 곳임을 알려주는 사실들과 직면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121499sci-solar-win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