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雨 露之恩(우로지은)

  • 입력 2000년 1월 27일 17시 34분


전제군주시대 임금의 권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溥天之下 莫非王土(부천지하 막비왕토), 率土之濱 莫非王臣(솔토지빈 막비왕신) -하늘 아래 왕의 땅 아닌 게 없고 온 천하 왕의 신하 아닌 자 없네(詩經).

자연히 모든 것이 王 한 사람의 소유였으며 生死與奪(생사여탈)을 마음대로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권위가 절대적이다 보니 임금의 喜怒哀樂(희노애락)과 같은 마음상태를 자연현상에 비유하곤 했다.

임금의 기쁨은 春陽(양춘)이요 노여움은 秋霜(추상)이며 임금의 위세는 霹靂(벽력)과 같고 恩澤(은택)은 雨露와 같다.

기후현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비와 이슬이 아닐까. 물의 바탕으로 생명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농작물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현상을 뜻하는 한자에는 모두 雨 자가 들어 있다. 霜(서리 상) 雪(눈 설) 露(이슬 로) 電(번개 전) 등등….

雨露之恩(雨露之澤)이란 비나 이슬이 만물을 먹여살리듯 만백성을 먹여살리는 임금의 은혜라는 뜻이다. 심지어는 궁녀가 임금을 하룻밤 모시는 것도 雨露之恩이라고 했다. 하지만 궁녀는 많고 천자는 하나 뿐이라 뭇 궁녀간에 경쟁이 치열했으며 여기에다 여인들의 질투까지 가세하게 되면 결국은 천자의 마음을 움직여 국정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예 국법으로 정해 놓음으로서 미연에 혼란을 방지하게 했다.

여기에 의하면 한 달에 皇后는 2일, 四夫人 2일, 九嬪 2일, 世婦 6일, 御妻 18일이다. 도합 122명이다. 중국 천자들의 短命도 과도한 女色(여색)과 무관하지 않다. 過猶不及 (과유불급·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이라고 했던가.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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