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에어 콘트롤/관제사 부부 2쌍 동료 아내 유혹하기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8분


‘에어 콘트롤(원제 Pushing Tin)’의 주 무대는 미국 뉴욕 공항관제소(터미널 레이더 어프로치 컨트롤 센터·TARCON). 이곳에서 뉴욕 상공을 오가는 하루 7000대의 비행기를 ‘교통정리’하는 관제사들은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전문가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자신만만한 관제사 닉(존 쿠색 분)은 중부 사막지대에서 온 괴짜 러셀(빌리 밥 손튼)을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둘의 미묘한 경쟁은 급기야 서로의 아내를 건드리는 지경으로까지 치닫는다.

존 쿠색은 경박해도 밉지 않은 닉 역에, 빌리 밥 손튼은 거친 러셀 역에 잘 맞다. 닉의 아내 코니 역의 케이트 블랑슈는 도저히 ‘엘리자베스’의 그 위엄있던 배우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수더분한 아줌마로 등장하고, 러셀의 아내 메리 역의 안젤리나 졸리는 관능의 화신처럼 나온다. 특색있는 4명의 캐릭터들은 보는 이에게 뭔가 잊지 못할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게다가 감독이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도니 브래스코’에서 캐릭터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던 마이크 뉴웰이라니 기대를 걸만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상대방의 짝과 바람을 피는 긴장의 고조이후 영화는 갑자기 싱거워지고 캐릭터들은 제 색깔을 잊어버린다. 엉망이 된 닉이 러셀의 도움을 받아 일터에 복귀하는 결말은 어리둥절하고, 해피 엔딩을 맺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보기에 민망하다. 원제는 비행기 관제를 일컫는 속어. 전자오락 게임처럼 대형 모니터위에서 비행기들을 교통정리하는 관제소 안의 숨가쁜 풍경은 볼 만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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