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나는 고백한다' 28일부터 공연

  • 입력 2000년 1월 19일 23시 25분


“시험을 망친 날 학교에 불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중 목욕탕에서 샤워하면서 오줌을 누면 너무 상쾌합니다.”…

친구끼리 돌아가면서 가슴 속 비밀을 다 털어놓는 ‘진실게임’을 해본 일이 있는가, 애태우는 짝사랑의 고백을 하고 나서 밤새워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성당에서 고백성사를 하고 나서의 그 후련함이란….

1996년 ‘날 보러 와요’로 그 해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연출가 김광림(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이 4년의 침묵 끝에 새로운 연극을 내놓았다. 이른바 관객들이 집단 정화(淨化)를 체험할 수 있는 ‘고백극’.

28일부터 3월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2동 유시어터에서 공연되는 ‘나는 고백한다’는 일정한 줄거리없이 한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상에서 저지를 수 있는 크고 작은 잘못들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 연극은 영화 ‘코르셋’에 출연했던 이혜은과 황택하 두 명이 끌어가는 2인극. 이혜은의 더블캐스트로 문사비로도 출연한다. 캐릭터와 구성을 배제한 채 간결하면서도 경쾌하게 진행되며 몸동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특징. 요즘 새롭게 각광받는 마임이스트 남긍호는 배우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기호화해 안무했다.

음악담당 김준성씨는 “음악도 인체에서 나오는 음과 소리들을 해체 재구성한 뒤 전혀 새로운 리듬과 선율을 만들어내겠다”고 설명. 연출가 김씨는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며 살고 있으나 문제는 그 잘못을 어떻게 ‘정화’시키냐 하는 것”이라며 “연극도 고해성사나 용서처럼 정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평일 8시, 토 일 4시 7시. 1만5000∼2만원. 02-3444-065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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