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병욱/원숭이 복제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인류의 자존심과 꿈에 상처를 준 사건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100년전 ‘꿈의 해석’을 펴냈던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세가지의 발견을 들었다. 우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지구는 자전하며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그의 주장은 천지창조의 축소판으로서의 지구 중심 사고를 여지없이 깨버렸다. 지구는 더 이상 모든 변화와 소멸의 중심이 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다윈의 ‘종(種)의 기원’. 인간은 원숭이에서 유래하였다는 그의 증명은 신의 아들이라는 인간의 자존심에 더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류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준 세 번째 사건으로 무의식의 발견을 들었다. 자신이 ‘꿈의 해석’을 통해 “인간은 자아 통일이 불가능한 무의식에 끌려다니는 가엾은 동물”이라는 점을 밝혀 자존심과 꿈 모두를 동강냈다는 주장이다. 스스로의 학문적 자만에 입각한 이런 호언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프로이트가 설명한 두가지, 즉 지구 중심 사고가 깨진 것과 인류의 기원을 원숭이에서 찾은 것은 역사를 바꾼 대발견이지만 인간에게 가슴아픈 상처로 남았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 두 번째 통사(痛事), 인류의 기원으로 알려진 원숭이의 복제에 성공했다는 보도다.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이 암수 원숭이의 난자와 정자를 이용해 인공수정란을 만든 뒤 4개로 쪼개 4마리의 암컷 원숭이에 착상시켜 그중 한 마리에서 복제 원숭이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양이나 소 쥐의 복제가 나온 적은 있어도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 원숭이의 복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복제의 현실화 문제가 눈앞에 닥친 것이고 이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미래의학자 제프리 피셔는 “2009년이면 인간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질병 연구 치료에 복제인간이 쓰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생명복제 반대론자가 많지만 인간의 무병장수 욕구가 결국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것이고 원숭이복제 성공은 그 직전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와 똑같은 내가 나의 삶을 연장시킨다는 이유로 복제될 때 나의 자존심과 꿈은 증대될까, 아니면 더욱 동강나게 될까. 인류에게 가슴아픈 또 하나의 대발견으로 기록되는 것은 아닐까.

<민병욱 논설위원>min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