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오정훈/문화유적지서 불 지피다니

  • 입력 2000년 1월 7일 00시 48분


1일 새벽 대전팔경의 하나인 보문산에 올랐다.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새 천년의 부푼 꿈을 안고 보문산성과 정일봉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해뜨기를 기다리던 몇몇 시민이 추위를 견디다 못해 산성 입구에 불을 지피자 이내 몰려가 불을 쬐는 것이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다른 곳에서도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겨울산에서는 불이 날까봐 담뱃불도 금지하는데…. 보문산성은 백제시대 산성으로 대전에 드문 문화유적의 하나다. 하산길에 불을 지폈던 곳에 가보았더니 잔디가 검게 타있었고 산성의 돌은 그을려 있었다. 새 천년을 무질서와 이기주의로 시작한 사람들이 해를 보며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궁금하다.

오정훈 (대학생·대전 동구 성남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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