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실 편파인사가 개혁인가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경찰 총경승진 및 전보인사에 정실과 특정지역 배려 흔적이 짙어 잡음과 불만이 일고 있다는 보도다. 이무영경찰청장과 동기생(간부후보19기)인 경정 4명을, 그것도 퇴진대상으로 알려졌던 42년생까지 총경으로 승진시켜 정실 개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청장이 취임 후 줄곧 경찰개혁을 외쳐왔고, 지난해 말 인사에서 41년생 간부들이 명예퇴진한 것과는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년까지 고작 2∼4년밖에 남지 않은 고참들을 ‘막차’에 편승시킨 것은 동정과 정실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승진자 71명 가운데 지방 몫을 뺀 본청과 서울청 소속은 38명인데, 그 가운데 호남출신이 14명, 충청출신 8명으로 두드러져 이무영청장이 특정지역 출신 위주로 배려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경기출신이 7명, 영남출신이 6명인 것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불만을 행정자치부 장관실에 전화를 걸어 터뜨린 사람도 있다는 보도다.

게다가 초임 또는 2년차 총경을, 종전에는 4∼5년차 중견총경으로 채우던 인사교육 조사 특수조사과장 등 이른바 요직에 보낸 것도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이청장 측은 ‘연공서열위주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무사안일 탈피를 위해 일 위주로 신진기예를 발탁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공교롭게도 발탁된 이들이 대부분 이청장과 이런 저런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해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무영청장은 역대 누구보다도 경찰개혁의 선두에 서겠다고 다짐해온 만큼 그 지난한 개혁 과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기보다도 조직융화와 단합에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다.

그런 가운데 지역편파니 정실이니 하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청장 스스로 개혁의 장애를 만든 셈이 된다. 설사 ‘업무위주의 발탁인사’를 하더라도 이청장과 개인적인 연고가 있는 인사라면 스스로 재고해 뒷말이 없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새 정부들어 특정지역 출신위주의 편파인사가 공직사회 곳곳에서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등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중요자리에 대한 편파인사가 심하다는 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현정권에 큰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김대중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책임자들은 알아야 한다. 개혁은 공정한 인사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개혁의 대상인 사람이 개혁을 해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모순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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