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샐러리맨 '벤처바람' 대이동 시작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국내굴지의 S그룹에서 잘 나가던 C대리(32)는 새 천년을 바로 앞둔 지난해말 돌연 사직서를 냈다. 전도유망하던 그의 사직에 상사들은 당황했지만 주위 동료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 C대리는 설립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벤처기업에 3일 첫 출근을 했다. 연봉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스톡옵션을 제공받았다.

Y2K문제가 세계적으로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K씨(42)는 벌써부터 불안하다. 전산전문가인 그는 98년 ‘Y2K문제 특수’를 타고 고액 연봉에 대기업 L사에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이달말로 계약이 끝나는 그는 Y2K문제가 거의 매듭지어져가고 있는 상황이라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벤처는 젊은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마땅히 갈 곳 없어 전전긍긍하는 상태.

◆대기업선호 사라져

새천년 벽두에 사상 최대의 샐러리맨 대이동이 시작됐다.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상한가를 경신하는 벤처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수십억원대의 스톡옵션을 가진 샐러리맨들이 등장하면서 ‘일류 대기업 선호주의’는 이미 빛이 바랜지 오래.

‘내 능력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곳’을 찾는 젊은 직장인들이 지난 연말을 끝으로 새천년 새직장으로 옮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역시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의 이동.

지난해 12월 대기업 정보통신계열사인 S사는 6000명의 임직원 중 10%에 달하는 600명이 사직서를 던지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현상은 동종업체인 L사 S사 H사 등도 비슷해 업체마다 쌓여있는 수백여장의 사직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40대는 창업 준비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특히 엄청난 퇴직 열풍이 불어닥친 것은 이직 희망자들이 연말 특별상여금이나 인센티브를 받은 뒤 새천년부터 새로운 직장을 다니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은 ‘요주의’ 벤처기업에 강력히 경고하는 일까지 있을 정도.

여기에 Y2K문제 해결을 위해 2,3년간 국내외에서 연봉계약 방식으로 일해온 수십만명의 전산인력이 계약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한 시스템통합(SI)업체 인사팀장은 “올 1·4분기(1∼3월)에 Y2K관련 계약직 사원중 80%가 직장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벤처기업에 흡수될 전망이지만 새로운 기술 습득에서 뒤처진 40대 이상은 창업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업체의 직원들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우리사주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퇴직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이들중 상당수는 동종 벤처기업으로 이직을 희망하고 일부는 해외 유학과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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