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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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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보다는 경기안정에 무게를 두는 그린스펀 의장이 이 정도로 평가했다면 미국 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생산성 혁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생산성 혁신의 핵심도구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95년부터 98년까지 정보기술 생산산업(IT―producing industries)이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였다. 그러나 이 기간 중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에는 35%나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절감 각분야 파급▼
우선 IT 생산산업은 다른 산업에서 비용을 낮추는 데 공헌한다. 금융회사 프린스펀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는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대출신청을 받을 때마다 건당 5.9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문서작성과 이를 도와줄 직원의 인건비가 여기에 포함됐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게 된 이후에는 이 비용이 건당 14센트로 줄었다. 과거의 2.3%만 경비로 지불하면 된다.
이같은 IT산업의 비용절감 효과가 프린스펀처럼 분명히 계량화되는 것은 아니다. 보잉사(社)는 항공기 한 대에 들어가는 수십만개의 부품을 전산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조달 또는 판매해 연간 수백만∼수천만달러를 절약하고 있지만 이것을 수치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MIT공대 로버트 솔로 교수처럼 정보기술의 영향에 회의적인 학자들은 “생산성 통계만 빼고 어디에서나 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목도할 수 있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솔로교수 자신도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지난해 4월14일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두해 전보다 지금은 훨씬 IT의 생산성 혁신효과에 대해 수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론자의 또 다른 기둥이었던 FRB의 경제학자 대니얼 시첼도 “생산성에 대한 IT의 기여가 놀랄 만하다”면서 “드디어 기업들은 IT에 투자한 과실을 수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혁신효과 뚜렷▼
IT 산업 자체의 가격인하만 해도 96년과 97년 미국 전체 인플레이션을 0.7%나 낮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FRB는 보고 있다.
고용창출효과도 엄청나다. 미 노동부는 2006년에 IT를 생산하거나 IT를 이용하는 산업에 모두 6100만명이 종사해 노동인구의 절반 가량이 IT관련사업에서 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96년의 4100만명보다 무려 2000만명이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97년 IT 생산산업 종사자의 평균연봉은 5만2920달러로 전체산업평균 2만9767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IT산업 종사자들이 늘어날수록 국민에게 돌아가는 IT산업의 혜택도 골고루 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노동인구 50% 점유▼
반대로 IT를 이용하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IT산업이 발달할 수도 있었다. 99년5월 인터넷에 접속하는 세계인구 중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대륙의 비중은 56.6%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1000억달러 안팎이었던 기업간 전자상거래의 규모는 2003년에는 1조3000억달러로 팽창할 전망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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