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동우/'北키프로스를 아시나요"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를 아는 사람은 더러 있지만 그 섬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터키계 북키프로스공화국’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그 북키프로스 공화국이 최근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언론인 정치인 300여명을 초청해 대대적인 건국 16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기념행사중 유독 관심을 끈 것은 수도 니코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하나의 사진전시회였다.

말이 공화국이지 이 나라는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도 받지못하고 있다. 인구는 20만명에 불과하고 면적도 우리의 충북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섬전체에 올리브와 오렌지나무가 널려 있고 공기에도 꽃향기가 배어있는 곳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삶은 그동안 별로 평화롭지 못했다.

이 섬은 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나 전체인구의 70%인 그리스계 주민과 나머지 터키계 주민은 인종 종교 언어 등 모든 것이 달라 도저히 한 국가로 공존이 불가능했던 것.

결국 그리스계의 터키계 주민에 대한 인종청소가 벌어졌고 이를 보다 못한 터키가 73년 군사개입한 결과 이 섬의 북쪽지역에 터키계의 독립국이 세워진 것.

사진전시회는 그들이 당한 집단학살과 박해의 모습을 AP AFP 등이 보도한 사진을 중심으로 생생히 전하고 있다.

국민소득 3000달러의 넉넉지 않는 재정에도 전세계에서 손님을 초청한 이유에 대해 그들은 “국제사회에 우리가 당한 일을 알리고 생존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국민이 똘똘 뭉쳐 있는 이들을 보면서 내내 하나의 자문(自問)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동우<사회부>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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