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소쇄원 48詠' 첫 화폭담은 화가 하성흡씨

  • 입력 1999년 12월 17일 08시 14분


호남을 대표하는 조선 중기 유학자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1510∼1560)선생의 명시 ‘소쇄원 48영(詠)’이 한 청년작가에 의해 처음으로 화폭에 옮겨졌다.

한국화가 하성흡(河成洽·38)씨. 그는 소쇄원의 풍경과 이를 접한 감회를 담은 하서선생의 시 48편을 소재로 수묵화 50여점을 제작, 15일부터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하씨는 지난 1년여 동안 소쇄원에 머물다시피 하면서 이들 수묵화를 제작했다.

대표작은 ‘매대(梅臺)에 올라 달을 맞으니’. 이는 하서선생이 겨울밤 매대에 서서 구름사이로 드러난 달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회를 담은 제12영 ‘매대요월’(梅臺邀月)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는 “하서선생의 시에 나타난 자연은 음풍농월이나 한탄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세계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자유롭게 넘나드는 선비정신이 충만한 공간이었다”고 풀이했다.

전남 담양군 지곡리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소쇄원은 해마다 수십만명이 다녀가는 우리나라 대표적 원림(園林)으로 하서선생과 교류했던 양산보(梁山甫·1503∼1557)에 의해 조성됐다.

하씨는 전남 진도 출신으로 전남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전업작가로 활동해 왔으며 97년 광주비엔날레 공간전에 참여하는 등 10여차례 개인전 및 초대전을 열었다.

〈광주〓김권기자〉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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