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올 수능만점 서울대원외고 박혜진양

  • 입력 1999년 12월 16일 19시 28분


“공부도 놀이도 적극적으로 해야 신세대 학생 아닌가요?”

2000학년도 대입수능시험에서 40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16일 밝혀진 서울 대원외국어고 독어과 3학년 박혜진(朴彗辰·18·서울 강남구 삼성동)양은 과거의 고득점자와는 스타일이 사뭇 달랐다.

박양은 ‘공부벌레’도 ‘천재’도 아니었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놀이공간을 찾고 동아리활동에도 적극적인, 씩씩한 보통 신세대였다.

박양은 고교3년 동안 한차례 모의고사를 빼면 100여차례의 시험에서 단 한번도 전체수석을 차지한 적이 없는 ‘평범한’ 여고생. 그렇다고 밤을 새워 공부한 적도 별로 없다. 고교2학년 때 한달 동안 개인교습을 받긴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과외수업이라고는 방학 때 간간이 단과학원을 다닌 게 전부.

박양의 만점 비결은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독서. 박양은 “단순히 공부시간만 늘린다고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며 “폭넓은 사고력을 갖추는 데에 여러 방면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양은 공부량보다는 ‘공부의 품질’을 중시했다. 무턱대고 시간만 많이 쏟는 것은 어리석다고 여기며 놀 때는 놀면서 공부하자는 스타일이다.

하루 6∼7시간 잠을 자면서 만점을 받은 것도 수업시간과 야간자율학습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양은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서울 대학로의 콘서트장을 자주 찾았다. 마니아수준은 아니지만 가수 조규찬과 자화상의 콘서트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찾아 ‘오빠’를 연호했다. 공부가 힘들 때 큰 위안을 준 것도 바로 좋아하는 가수들의 달콤한 노래였다고.

고교 1학년 때부터 계속해 온 문예부 활동도 언어영역 공부에 큰 보탬이 됐다. 중학교 때에는 방송반에서 활동했다.

박양은 변호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법학과를 지원했다. 그러나 당장 법조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박양은 “일단 다양한 경험을 접하기 위해 여기저기 부닥쳐 볼 생각”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박양은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로 재직하다 95년 변호사개업을 한 아버지 박종성(朴鍾成·44)씨와 어머니 김경일(金敬日·44·전직교사)씨 사이의 1남2녀중 둘째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