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12월 3일 19시 1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밖으로 놀러 나가기엔 추운 날. 종일 텔레비전 앞에 입을 벌리고 앉아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와 함께 이 책 한권을 펼쳐 들자.
“이리 와서 좀 앉아보렴. 웃기는 늑대 얘기를 해 줄께. 너도 알지? 토끼, 닭 잡아먹는 무서운 늑대 말이야. 그런데 지금 얘기해주려는 늑대는 책 읽기가 특기란다. 왜 그렇게 됐냐고?”
배고픈 늑대는 여행 중이었어요. 밥 사 먹을 돈도 없고해서 농장으로 동물들을 잡아 먹으러 갔지. 그런데 농장 풀밭에서는 젖소하고 오리하고 돼지가 햇볕을 쬐면서 책을 읽고 있지 않겠니.
늑대는 “아우우우우우우∼” 소리지르며 동물들한테로 뛰어갔지. 그런데 세상에, 젖소랑 오리랑 돼지는 늑대를 쳐다보지도 않는 거야.
늑대는 기가 막혔지. “너희들 어디가 잘못 된 거 아니야? 난 무서운 늑대야.”
돼지가 늑대의 등을 떠밀면서 말했어.
“알아. 그러니까 다른 데 가서 무섭게 굴어. 책 읽는데 방해하지 말고 그만 가 줘.”
늑대는 무시 당한 게 너무 속상했어. 그래서 학교에 가서 아주 열심히 글자를 공부했지.
“좋아. 이번엔 본때를 보여주겠어.” 늑대는 농장의 동물들을 찾아가 글을 배운 솜씨로 더듬더듬 책을 읽었어.
하지만 오리가 말했지. “너 한참 더 배워야겠어.”
속이 상한 늑대는 이번엔 도서관으로 갔어. 먼지투성이 책들을 찾아 하나하나 읽었지.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돈으로 서점에서 책도 샀어. 다시 농장의 동물들에게 갔을 때는….
익살스런 그림과 이야기로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왜 책읽기가 소중한가를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책. ‘고슴도치’는 PC통신 주부동호회에서 아이들 교육문제로 수년간 토론을 나누었던 8명의 엄마들이 만든 출판사로 이 책이 첫 작품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