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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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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참가한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자기 자신도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룩하기도 하고, 죽음의 공포에 질리기도 했다. 최근 아킬라 극단이 링컨센터의 무대에 올린 ‘일리아드―제1권’은 호머가 지은 위대한 시의 내부 깊숙이 관객들을 끌어들여 관객들이 극중 인물들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처럼 느끼게 해준다. 아킬라는 영국인과 미국인의 혼성 극단으로서는 처음으로 배우조합의 승인을 얻은 극단이다.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7명과 연출가 로버트 리치몬드는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호머의 작품과 접목시켰다. 이들은 금속상자 4개와 전투장비만으로 올림포스산과 폭풍에 농락당하는 함대, 신전의 제단, 시체와 난파당한 배의 잔해가 흩어져 있는 트로이의 해변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노르망디에 관한 은유는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돼 있다. 물론 고대 그리스인들과 2차대전 중의 연합군이 적지에 상륙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거의 비슷했다. 아킬라 극단의 작품에서는 비행기의 엔진소리를 연상시키는 앤서니 코크레인의 음악이 상륙 장면을 장식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우스가 아킬레스를 대신해서 아가멤논에게 수치를 주기 위해 전쟁을 그리스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때, 그리스인들은 기관총의 포화 앞에서 쓰러진다. 전쟁이라는 발작의 완벽한 묘사다.
호머가 지은 서사시의 깊이와 감정도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전쟁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지도자들은 자신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향해 분노를 내뿜고 전리품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운다. 그러나 그들은 입으로는 도덕과 신뢰 정의 진실 자비를 논한다.
이 연극에서 아킬라 극단은 매우 정확하고 섬세하며 통일된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들은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한다. 따라서 작품 자체도 훌륭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역시 관객들에게 짜릿한 기쁨을 안겨준다.
(http://www.nytimes.com/yr/mo/day/news/arts/iliad―theater―re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