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BS '퓨전 콘서트' 지휘 장윤성교수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8시 10분


국내 정상의 KBS교향악단이 26일 밤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가요와 클래식을 접목한 ‘퓨전 콘서트―사랑과 추억의 발라드’를 열었다.

이같은 ‘대형 퓨전 이벤트’는 처음. 이 교향악단은 ‘눈물젖은 두만강’ ‘젊은 그대’ ‘내가 만일’ ‘선택’ ‘난 알아요’ 등 20여곡을 클래식으로 편곡 연주했다.

특히 ‘내가 만일’은 모차르트 풍으로, ‘사랑을 위하여’는 차이코프스키 풍으로 연주해 ‘퓨전 음악’의 맛을 살렸다.

객원지휘자 장윤성(36) 경희대교수는 ‘교향악단의 가요 연주’를 뛰어난 감각으로 지휘했다.

▼ 대중 사로잡은 멜로디 새로운 소재로 해석 ▼

장교수는 서울대와 빈국립음악원에서 공부했으며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다.

―음악계에서 낯선 행사다. 어떤 의미가 있나?

“가요 중에는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반영하거나, 한 시대를 풍미하며 대중의 마음에 자리잡았던 노래가 많다. 클래식과 가요의 ‘편가르기’를 떠나 의미있는 멜로디를 클래식의 소재로 시도해 본 것이다. 러시아의 국민주의 음악도 민요를 소재로 해 발전했다. 그러기에 요즘 더욱 상품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번 행사는 가요의 클래식화인가?

“그냥 클래식이다. 단순히 교향악단이 가요를 반주한 게 아니다. 가령 모차르트 풍으로 연주한 ‘내가 만일’은 가수 안치환의 노래와 전혀 다르다. 물론 반주에 그치는 노래도 몇 곡 있어 서운하지만….”

―그래도 클래식계에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낼 것 같다.

“자존심 센 KBS교향악단이 수락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나도 가요를 반주만 한다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클래식계가 퓨전에 대해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클래식은 클래식대로, 가요는 가요대로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각자 그 세계에 천착해야 한다. 가령 클래식은 한 음이 지니고 있는 최대한의 감흥을 찾기 위해 피나는 연마를 해야 한다. 플라시도 도밍고나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매년 수 많은 오페라 무대에 선다. 크로스오버 무대는 몇 차례에 불과하다. 그들 역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퓨전을 시도한다.”

▼ 퓨전은 새로운 장르 클래식의 변형 아니다 ▼

―퓨전은 클래식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퓨전은 새로운 장르다. 클래식의 변형이 아니다. 다만 클래식이 자기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만들려면 더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퓨전을 많이 시도한다고 해서 클래식 대중화의 길이 쉽게 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KBS ‘퓨전 콘서트’에는 연주외에도 테너 임웅균이 ‘타향살이’ ‘친구여’를, 가수 양희은이 ‘상록수’ ‘아름다운 사랑’을 불렀다. 콘서트 실황은 12월1일 오전 9시 라디오 2FM ‘유열의 음악앨범’과 KBS1 TV(2일 오후 3시반), KBS 위성2 TV(5일 오후 7시)에서 특집 방송한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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