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최경주 PGA테스트 35위…한국남자 첫 통과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8시 51분


‘바다 건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섬소년. 가난했지만 가슴속 큰 뜻을 품고 언제나 당당했던 농부의 아들.’

그가 마침내 온갖 역경을 딛고 집념의 결실을 일궈냈다.

한국 남자골프의 ‘자존심’ 최경주(29).

그가 한국 남자골퍼로는 처음으로 2000년 미국PGA투어 풀시드(전대회출전권)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최경주는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랄리조트GC 골드코스(파70)에서 벌어진 미국PGA 프로테스트 최종전 마지막 6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8언더파 412타를 기록했다.

‘공동 35위.’ 내년 미국PGA투어 풀 시드를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따낸 것이다. 비록 ‘꼴찌 합격’이긴 하지만 이는 한국남자골프사에 새장을 여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끊임없는 도전과 시련을 통해 ‘눈물섞인 빵’을 씹으며 결국 자신의 뜻을 세운 ‘외고집의 승리’. 그는 언제나 시작은 미미했지만 마지막에는 늘 정상에 서 있었던 투혼의 골퍼였다.

이번 프로테스트 최종전은 최경주가 겪어온 ‘골프 인생’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이번에도 좌절의 고비는 곳곳에 있었다. 1,2라운드 상위권에서 3라운드 이후 난조로 5라운드까지 공동 49위에 머물러 탈락 위기에 빠졌던 것.

그러나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여 마지막 6라운드에서의 빛나는 선전으로 결국 꿈에도 그리던 목표를 이뤄냈다.

이제 세계적인 슈퍼스타 사이에서 한국남자골프의 자존심을 위해 분전할 최경주에 대한 기대는 크다. 바로 그가 가난과 역경, 좌절과 도전의 숱한 험로를 헤쳐나왔기에 ‘큰물’에서도 능히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93년 프로 데뷔했지만 처음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그는 95년 팬텀오픈 우승으로 스타대열에 올랐고 96,97년 2년간 4승을 올리며 연속 국내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진출을 첫 시도했지만 1차 예선낙방. 명실상부 ‘국내 최강’이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했다.

좌절을 모르는 그의 도전은 다시 이어졌고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IMG와 계약해 모든 일정을 미국 진출에 맞춘끝에 마침내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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